최근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으로 중소병원들은 때 아닌 진료비 미수금 비상주의보가 울렸다.
주민등록번호조차 받지 않으면 환자와 보호자가 작정하고 진료비를 내지 않았을때 이를 받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하소연이다.
8일 병원계에 따르면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에 따라 의료기관에선 진료 이외의 목적으로 개인정보를 수집할 수 없게 되면서 환자 보호자의 연락처 이외 정보 수집이 어려워졌다.
진료를 받는 환자의 주민등록번호는 확인이 가능하지만 노인 환자의 경우 돈을 지불할 보호자의 신원 확인을 위한 주민등록번호 수집은 불법이기 때문이다.
특히 지방의 중소병원이나 요양병원들은 벌써부터 진료비 미수금이 급증하는 게 아닌가 근심이 가득하다.
경남도 A중소병원장은 "지금은 그래도 보호자의 주민번호를 등록해서 미수금을 받을 여지가 있다. 하지만 보호자의 신원도 제대로 파악되지 않은 상태에서 미수금을 받을 수 있을 지 의문"이라고 털어놨다.
보호자가 연락처를 바꾸거나 집을 이사가면 신원확인이 어렵고 결국 미수금을 못 받게될 것이라는 게 그의 우려였다.
그는 "미수금은 개인과 병원간 일종의 신용거래다. 서로의 신용을 보장하기 위해 환자 보호자의 주민번호 수집은 허용해야한다"고 전했다.
노인 환자가 대부분인 요양병원도 미수금이 걱정되는 것은 마찬가지다.
전라도 B요양병원장은 "안그래도 노인환자를 입원시켜 놓고 사망한 후에 보호자에게 연락하면 연락이 닿지 않아 하다 못해 주민번호로 신원을 확인해 미수금을 받는 경우가 왕왕있는데 앞으로는 어떻게 해야하느냐"고 했다.
이처럼 병원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그동안 진료비 미수금에 대한 스트레스를 계속 받아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심평원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응급의료 미수금 대불 미승인율이 3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1995년 제도가 시행된 후 2013년 상반기까지 총 218억원이 대지급금으로 지급됐다.
이 수치만 보더라도 의료기관의 진료비 미수금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중소병원협회 한 관계자는 "대학병원은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으로 환자 예약 혼선에 따른 문제를 거론하고 있지만 중소병원은 미수금 문제가 더 시급하다"면서 "이에 대해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