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백혈구감소증을 일으키는 원인유전자를 발견하면서 희귀 면역질환이나 장기이식 환자에 사용하는 면역억제제 부작용 감소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미래창조과학부는 11일 "서울아산병원 염증성장질환센터 양석균 교수와 울산의대 생화학분자생물학교실 송규영 교수의 연구결과가 유전학 분야 국제학술지인 네이처 제네틱스에 게재됐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복지부 질환극복기술개발사업 희귀질환중개연구센터 사업과 미창부 중견연구자지원사업 지원으로 이뤄진 성과로 미국 시다스 사이나이 병원도 참여했다.
연구진은 면역억제제를 사용하는 크론병 환자 978명 유전체 분석을 통해 NUDT15 유전자 한 쌍 모두에 변이가 있는 경우 모든 환자에서 100% 백혈구 감소증이 나타나고, 전신탈모 등 면역억제제재 부작용을 보이는 것을 확인했다.
반면, 이 유전자가 정상일 경우 심각한 백혈구 감소증은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참고로, 크론병은 설사와 복통 및 체중감소 등을 동반할 수 있는 만성염증성장질환이며, NUDT15는 산화된 특정 염기를 제거하는 효소에 대한 유전정보를 담고 있는 유전자이다.
서양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결과, 백혈구 감소 부작용 원인으로 유전자 TPMT(티오퓨린 약물 대사 효소) 변이가 지목됐으나 아시아인에서는 변이빈도가 낮아 부작용 예측을 위한 유전자검사 표지로 사용하지 않았다.
연구팀은 이번에 발굴된 NUDT15를 유전자검사 표지로 활용하면 향후 크론병이나 궤양성 대장염 같은 면역질환이나 장기이식 환자별 면역억제제재 투여 부작용을 예측하는 단서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양성균 교수팀은 "논란이 많았던 TPMT 유전자 변이와 달리 NUDT15 유전자 변이가 국내 뿐 아니라 서양에서도 같은 결과를 보이면서 백혈구 감소증 원인유전자라는 것이 확실하게 입증됐다"며 이번 연구성과를 설명했다.
그는 이어 "면역억제제 사용에 앞서 NUDT15 유전자 변이 여부를 검사하면, 환자별 적절한 약 용량을 처방함으로써 백혈구 감소증 발생위험도를 낮추고 치료효과는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복지부는 2012년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양석균 교수팀을 희귀질환 진단·치료 기술개발 연구사업 공모에서 크론병 중개연구센터 총괄 책임자에 선정했다.
양석균 교수는 2018년 3월까지 총 5년 11개월 동안 연구비 51억원을 지원받아 크론병 진단·치료 연구를 진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