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제약사가 A제품 공동판매(코프로모션) 의사를 보이자 국내 메이커 회사들이 대거 달려들었다. 당연히 계약을 따내기 위한 파격적인 조건이 난무했고 결국 수수료 10%를 제안한 우리 회사가 낙점됐다.
기쁨은 잠시. 100억원을 팔았는데 남는 게 없다. 수수료 10억원에서 마케팅 및 영업 관련 비용을 제외하니 적자가 아닌게 다행일 정도다. 한숨만 나온다."
먹거리가 부족한 현재 품목을 따내기 위해 도 넘은 수수료 싸움을 벌이고 있는 국내제약사 직원이 털어놓은 슬픈 자화상이다.
품목 제휴시 국내사가 가져가는 수수료 수준이 형편없이 낮아지고 있다. 10% 선이 붕괴된 제품도 쉽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특히 대형 품목을 따내기 위해 곁가지로 계약하는 소형 품목들의 수수료는 참담한 수준이다. 거의 공짜 수준이라는 말도 나온다.
수많은 코프로모션 계약을 맺은 국내 D제약사 순환기팀장은 "수수료 20~30%는 옛날 얘기다. 지금은 10%마저 붕괴됐다. 마케팅 및 영업 비용을 빼면 거의 공짜로 팔아주는 수준"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그는 "품목 제휴 자체로 돈 벌 생각은 안 하는 것이 좋다. 자사 제품(대부분 제네릭)을 껴서 팔기 좋게 라인업을 강화했다고 보면 된다. 그나마 다국적사 마케팅 및 영업 노하우를 배우거나 해외 수출시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은 위안거리"라고 덧붙였다.
품목제휴 계약을 위한 지나친 목표 제시도 국내사의 슬픈 현실이다.
'우리가 너희 제품을 맡으면 남들이 제시한 금액보다 1.5배 많은 연간 ○○억원을 팔아주겠다' 등이 그것이다.
국내 D사 PM은 "계약을 위해 일부 업체는 목표 매출을 너무 높게 불렀다가 나중에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해 금액의 일부를 보상하기도 한다. 이런 경우 계약 종료시 재계약을 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귀띔했다.
이어 "당장의 계약을 위한 지나친 목표 제시는 리베이트 노출 위험 등 무리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