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계 품목 제휴 광풍 여파
얼마전 기자와 만난 국내 D제약사 PM은 "최근 다국적 제약은 품목 제휴시 최대한 단기 계약을 원한다"고 귀띔했다.
무슨 뜻일까.
바로 짧은 시간 안에 만족스런 실적을 내지 못하면 품목 제휴를 끝낼 수 있는 사전 장치를 만들고 있다는 것이었다.
최근 다국적 제약 품목을 코프로모션 하려는 국내 제약 간의 과도한 경쟁이 리베이트 영업을 부를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하다.
품목을 받아오는 '을' 입장인 국내 제약이 단기 계약 등 다국적 제약의 요구 사항을 마구잡이로 수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
단기 계약 =
단기 실적 압박'이라는 점이다.
바꿔말하면 공격적 영업이 불가피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실제 국내 D제약 PM은
불붙은 품목제휴 경쟁이 잠자던 리베이트 영업을 깨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나친 경쟁으로 인한 불리한 조건을 무턱대고 수용하고 있기 때문이란다.
그는 "다국적 제약이 과거와 달리 품목 제휴 경쟁을 지나치게 붙인다. 이곳 저곳의 제안을 들은 후 보다 입맛에 맞는 업체를 고르고 있다"고 현 상황을 전했다.
가령 이런 식이다. 영업력이 비슷한 국내 A·B제약이 있다. A사는 수수료 30%를, B사는 35%를 원한다. 이때는 낮은 수수료를 부른 A사가 낙점된다.
설령 A·B사가 같은 수수료를 요구한다고 치자. 그런데 재계약 시기를 A사는 2년 후, B사는 1년 후를 제안한다. 이 경우는 B사가 선택된다.
1년 실적 성적표를 본 후 제휴를 이어갈지 아닌지를 결정하고 싶어한 다국적 제약의 입맛에 맞았기 때문이다.
"다국적제약 무리한 요구 수용…리베이트 영업 고개"
이런 상황 탓인지 D제약 PM은
리베이트 영업 제보를 최근 종종 접수한다고 했다.
그는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간, 쓸개 다 빼준다는 국내 제약이 많다. 초반 3개월에 현 매출액의 1.5배를 하겠다는 제안도 과감히 한다"고 혀를 내두렀다.
이어 "일단 계약을 따내야하기 때문인데 이렇게 되면 약속을 지키기 위한 리베이트 영업이 불가피하게 된다. 최근에 종종 제보가 들어오는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고 본다"고 우려했다.
현장 일선에서 뛰고 있는 영업사원들도 비슷한 반응이다.
국내 Y제약 직원은 "품목 제휴 특성상 단기간에 판촉 능력을 보여줘야한다. 때문에 회사도 난리다. 단기 성과를 위해 제휴 품목에 판촉 가산점을 더 준다. 외자약 팔면 2점, 회사 제네릭 팔면 1점 이런 식"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점수 관리는 인센티브나 인사 고과에 직결되기 때문에 제휴 품목 판매에 욕심을 낼 수 밖에 없다"며 리베이트 영업을 우려했다.
현재 국내-다국적 제약 간 품목 제휴는 그야말로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올해만 20품목(한미-MSD 12개 제품 전략적 제휴 포함)이 넘는데 이것도 공식적으로 알려진 집계 현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