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가 건강기능식품(건기식)을 슈퍼마켓과 자동판매기 등에서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건강기능식품에 관한 법률 및 하위 법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것과 관련해 의료계의 비난이 높다.
매년 오남용 부작용 피해 건수가 늘어나고 있는 건기식을 자판기에서 판매토록 하는 것은 식품과 의약품의 안전을 책임지는 식약처가 주도적으로 추진하기에 적절치 못하다는 비판이다.
18일 한의사협회(회장 김필건)는 성명서를 내고 식약처의 슈퍼마켓과 자동판매기 등에서 건기식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한 입법예고에 대해 반대 입장을 정리했다.
앞서 식약처는 개정안을 통해 건기식 판매방식을 현행 영업장과 방문 및 다단계, 전자상거래, 통신 판매 이외에 슈퍼마켓과 자동판매기 등 모든 판매 형태로 확대한다는 내용과 함께 판매업 영업신고 시 교육필증 등 서류 제출을 삭제하고 교육시간도 4시간에서 2시간으로 단축한다는 내용을 공표했다.
이에 한의협은 "이런 개정안에 대해 식약처는 소비자의 구매 편의성을 높이려고 한다는 명분을 내세웠다"면서 "하지만 이는 식품과 의약품 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국가기관으로서 자격미달인 참으로 안타까운 처사"라고 비판했다.
한의협은 "식약처의 존재 이유는 이름 그대로 국민의 건강과 생존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식품․의약품의 안전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하기 위한 것이다"면서 "이를 위한 정책을 수립하고 추진해야 하는 것이 지극히 합당한 처사가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건기식의 판매를 확대하기 위해 자판기 판매뿐 아니라 판매업 영업신고 시 필요한 교육필증 서류까지 삭제한 것은 판매업자들을 위한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이라는 것이 한의협의 판단이다.
실제로 소비자위해감시시스템(CISS)에 접수된 건기식에 대한 소비자위해정보가 2010년 451건, 2011년 772건, 2012년 693건 등 최근 6년간 2722건에 달할 정도로 건기식 관련 부작용 신고 건수가 급증하고 있다.
한의협은 "개정안을 통해 국민이 건기식 오남용으로 인한 부작용 피해를 입을 것이 명확하다"면서 "지난 7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기관 업무보고에서도 이와 관련한 규제 강화 주문도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한의협은 "새정치민주연합 이목희 의원과 김용익 의원은 규제완화를 통한 건기식 산업 육성에 앞서 국민 건강을 확보할 수 있는 안전장치 마련을 주문했다"면서 "반면 식약처는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의 지적과 질타를 무시하고 입법을 강행하는 작태를 보였다"고 꼬집었다.
식약처의 업자 편의주의적 발상이 이번만이 아니라는 비판도 이어졌다.
한의협은 "식약처는 의약품용 인삼을 약사법이 아닌 인삼산업법으로 관리하려 했다"면서 "전문가의 처방없이 복용할 경우 부작용의 우려가 큰 음양곽과 권백(부처손)을 식약공용품목으로의 전환도 시도했다"고 비판했다.
의사협회(회장 추무진)도 건기식 판매 규제 완화에 대해 내부 의견 수렴을 하겠다는 방침이다.
의협 관계자는 "건기식을 자판기로 판매한다는 발상 자체가 국민의 안전보다 판매 업자의 입장을 대변한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식약처가 본연의 업무인 철저한 안전관리 대책을 외면하지 말아달라"고 주문했다.
개정안 통과시 건기식을 판매하고 있는 병의원도 매출 하락의 불똥을 피하지 못할 전망이다.
건기식을 판매하고 있는 모 의사는 "병의원에서 전용으로 판매하는 건기식도 있고 이런 제품을 판매할 때는 전문가로서 자세한 설명도 곁들인다"면서 "건기식도 분명히 오남용에 따른 부작용이 있는 만큼 자판기 판매와 같은 발상은 철회돼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