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가 졸고 있는 후배 전공의 머리를 볼펜으로 때려 깨웠다면 폭력일까 아닐까. 이 문제가 청와대와 국민권익위원회의 판단을 기다리게 됐다.
피해 전공의와 그 부모가 병원의 대처 방식에 불만을 가지고 청와대와 국민권익위원회에 해당 사건을 제보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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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를 주장하는 A전공의 부모는 "병원에 사건 해결을 요구했지만 별다른 대처를 하고 있지 않은 상황"이라며 "청와대 신문고와 국민권익위원회에 해당 사건을 제보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건은 응급실 당직을 서고 있던 A전공의가 치프를 맡고 있는 B전공의에게 볼펜으로 머리를 맞으면서 시작됐다.
당시 보호자용 대기석에서 졸고 있는 전공의를 본 선배가 '어디서 자고 있느냐'며 볼펜으로 머리를 2~3차례 친 것이다.
문제는 다음 날 발생했다. 오전 회진 전 지시한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않은 것을 알아챈 선배 전공의가 '일좀 제대로 하자'며 들고 있던 파일로 머리를 친 것.
그러자 A전공의는 곧바로 부모에게 전화해 폭행 사실을 알렸고 그 부모가 병원에 문제 해결을 요구하면서 사건이 불거졌다.
이에 따라 해당 병원은 즉각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하고 폭행 사건에 대처했지만 아직까지 뾰족한 결론을 내리지 못한 상태다.
폭행이라고 하기에는 정도가 너무 미비해 징계를 내리기도, 그렇다고 사건을 그냥 무마하기도 애매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결국 병원은 선배 전공의에게 주의를 주는 정도로 조사를 끌낼 계획이었지만 피해 전공의의 부모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는 점에서 갈등이 예상된다.
이 부모는 "무엇을 때렸던 엄연한 폭력 아니냐"며 "이러한 폭력 사건을 단순히 말 뿐인 주의로만 넘어간다는 것은 분명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어 "병원에서 해결하지 못한다면 정부 기관의 힘을 빌어서라도 꼭 사건을 해결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병원측은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하지만 아직 정식으로 통보를 받은 것이 아닌 만큼 별다른 대처를 준비하고 있지는 않다.
이 병원 관계자는 "아직 청와대나 권익위로부터 공식적인 통보를 받지 않아 답변을 하기가 힘들다"며 "해당 전공의의 상황 등 여러가지를 감안해 고심한 부분인데 이러한 상황이 벌어져 안타깝다"고 털어놨다.
대한전공의협의회도 상황을 지켜보고 있지만 전면에 나서기는 힘든 상황이다. 아직 정식으로 사건이 접수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전협 관계자는 "여러 경로를 통해 사건을 알아보고는 있지만 민원이 접수된 사건이 아니라 조사와 개입에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