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수술해야하나요? TV에서 보니까 굳이 수술 안해도 된다던데, 과잉진료하는 거 아닌가요?"
"아닙니다. 0.5cm미만의 암이라도 임파선에 전이됐거나 신경에 붙어있으면 수술을 해야합니다."
지난 3월 '갑상선암 과잉진단 저지를 위한 8인 의사연대(이하 의사연대)'가 갑상선암 과잉검진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지 6개월 째.
최근 갑상선내분비외과 의료진은 위와 같은 상황을 종종 마주한다고 한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조기에 치료를 받게 돼 다행이라고 했던 환자들이 돌연 '의사가 돈벌이를 위해 하지 않아도 되는 수술을 하는 게 아니냐'며 의심어린 눈총을 보내는 것이다.
갑상선내분비외과학회 박해린 총무이사(강남차병원)는 20일 메디칼타임즈와 인터뷰에서 "요즘 갑상선외과 의사들이 실의에 빠졌다"라고 토로했다.
그동안 초기에 암 수술을 잘해서 생존율도 99%를 유지하며 합병증도 최소화했는데 이제와서 과잉진료를 해온 파렴치한으로 내몰리고 있는 현실이 답답하다는 것이다.
특히 갑상선 암 수술 전문가 집단이 아닌 의사연대의 한마디에 과잉진단 및 수술 논란이 이슈로 부각되는 현실에 아쉬움을 토로했다.
"암 진단 받고도 수술 안 받고 버티는 환자 늘었다"
박 총무이사는 갑상선암 과잉진단 논란 이전에 비해 암 검진을 받고도 수술을 안하고 버티는 환자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각 병원의 데이터를 수집해 통계를 낸 것은 아니지만 진단을 받고도 수술을 받지 않는 환자가 늘었다"라면서 "심히 걱정스러운 부분"이라고 우려했다.
환자들이 매스컴을 통해 1cm 미만의 암은 놔둬도 무방하다는 주장을 접하면서 의학적 근거도 없는 주장을 신뢰하고 있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그는 "갑상선 암이 0.5cm미만으로 작더라도 임파선에 전이가 됐다거나 신경을 누르고 있는 환자는 적극적으로 수술을 받아야 한다"면서 "그렇지 않더라도 일단 암으로 진단이 나왔다면 언제든지 전이되거나 암이 커질 수 있기 때문에 조기에 수술을 받는 편이 낫다"고 주장했다.
즉, 암 진단을 받은 이상 수술을 받지 않으면 병을 키우는 셈이라는 것이다.
박 총무이사는 "초기에 치료하면 3~4cm절개하고 갑상선도 절반만 절제하면 되는 간단한 수술인데 이를 방치하면 10cm이상 절개하는 큰 수술이 될 수 있다"면서 "그렇게 되면 방사선 동위원소 치료도 해야하고 합병증이 늘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어 "사망률이 그대로라는 이유로 수술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식의 접근은 곤란하다"면서 "수술을 언제 받느냐에 따라 환자의 삶의 질이 급격히 떨어지는 걸 뻔히 알고도 그냥 둘 수 있느냐"고 되물었다.
이르면 올해 말 '수술적 치료 권고안' 마련
갑상선내분비외과학회는 이 같은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다음달 갑상선암의 수술적 치료 권고안 제정을 위한 심포지엄을 실시한다.
학회 측은 권고안을 통해 과잉수술 논란에 종지부를 찍겠다는 계획이다.
박해린 총무이사는 "일단 0.5cm이하의 암이라도 가족력이 있는 환자이거나 신경 근처에 있는 등 예후가 좋지않을 경우 수술을 해야한다는 게 학회 측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0.5cm이하라도 기다려볼 수 있다는 얘기일 뿐 수술을 안해도 된다는 얘기는 아니다"라면서 "언젠가는 전이되거나 암이 커질 수 있기 때문에 초기에 수술을 할 것을 권한다"고 덧붙였다.
현대 의학으로는 0.5cm이하의 갑상선암이 진단된 경우 앞으로 해당 암 전이 여부를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일단 수술을 하고 봐야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박 총무이사는 "학회는 이 같은 내용을 담아 이르면 올해 말 늦어도 내년 초까지 권고안을 정리, 발표할 것"이라면서 "갑상선 암 수술을 두고 더 이상의 논란이 없도록 하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