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가 작정하고 최근 정부의 보건의료 투자활성화 정책에 대한 '독설'을 쏟아냈다.
보건의료의 본질을 잊은 채 의료산업화를 추진하는 근거와 명분도 약할 뿐 아니라 외국 사례를 무리하게 끌어들여 수익 창출 가설을 장미빛으로 포장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21일 의료정책연구소(연구소)는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영리자법인 등 의료기관 부대사업 확대를 조목조목 반박한 정책권고안을 내놨다.
투자활성화 대책이란 보건‧의료, 관광 등 7대 유망 서비스산업 육성을 위한 135개 정책과제를 확정ㆍ발표한 것으로 보건‧의료 관련 분야에서는 의료법인의 영리자회사 허용, 메디텔 등록 기준 완화, 외국 영리병원 유치, 보험회사의 외국인 환자 유치 허용 등이 포함돼 있다.
연구소는 "보건의료가 서비스산업으로서 일자리와 소득을 창출해 우리 경제의 경쟁력을 제고한다는 정부 측 주장에 공감할 수 없다"면서 "보건의료의 본질을 고려할 때 지금은 정부가 투자활성화 정책보다 왜곡된 의료 공급과 국민의료 이용 기반을 정상화해야 한다"고 운을 뗐다.
연구소는 투자활성화 대책과 관련한 ▲정책 목표의 법적 근거와 당위성 ▲효과 검증과 그 한계를 집중 점검했다.
연구소는 "투자활성화 대책은 새로운 시장과 산업을 창출해 일자리를 늘리거나 부가가치를 높이지 못한다"면서 "정부 정책은 새로운 영역의 시장과 산업을 창출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시장과 산업에 대해 사업주체의 위상과 자격을 변경할 뿐이다"고 강조했다.
연구소는 "일자리는 기존의 자리(기능)를 없애고 새로운 형태의 사업체로 이전하는 것이며 부가가치 또한 기존의 사업주체를 바꾸는 것에 불과하다"면서 "자법인이나 법인약국은 기존의 업체나 약국이 담당했던 역할이나 인력, 부가가치를 빼앗아 올 뿐이지 없는 것을 새로 만드는 게 아니다"고 지적했다.
연구소는 "의료서비스는 국민의 건강권 보장과 이를 위한 보건의료인의 활동을 보장하기 위해 산업이라는 영리추구 개념과 무관하게 기본적 환경이 조성돼 있어야 한다"면서 "이런 여건 조성도 안 된 상태에서 산업 개념 도입은 영리추구 욕구와 행태의 증폭으로 이어질 것이다"고 우려했다.
의료법인 부대사업 확대의 법적 근거와 당위성이 희박하다는 주장도 이어졌다.
연구소는 "메디텔의 본래 목적은 진료의 연장선상에서 의료 제공의 효율성과 환자 편의를 증진한다는 것이지만 현재 정책은 환자 유치에 치중돼 있다"면서 "과연 메디텔이 현행 의료법에서 규정한 '의료법인이 개설한 의료기관 종사자 등의 편의'를 위해 설립되는 것인지 법적 근거가 모호하다"고 꼬집었다.
연구소는 "메디테에 의원을 임대해 유치하도록 하는 건물임대업이 과연 의료법에 규정된 복지부 장관의 위임 사항에 해당하냐"면서 "수익창출을 위해 부대사업 범위를 확대한다는 것은 결국 의료법인과 상관없는 영리회사의 육성 통로가 될 것이다"고 내다봤다.
연구소는 이어 "서울대병원법인이 자법인을 통해 다양한 사업을 수행하고 있지만 비영리법인인 서울대병원이 영리자법인을 운영한다는 것 가체가 바로잡아야 할 비정상 행태"라면서 "비정상적인 상황을 기준으로 제도를 추진하는 것은 억지이자 모순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자법인의 활용 취지와 자법인을 통한 수익의 활용이 결국 수가 인상을 하지 않기 위한 편법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연구소는 "자법인의 허용은 보건의료인들이 제도권 이외의 수입으로 제도권 의료를 뒷받침하게 하는 전형적인 편법에 해당한다"면서 "자법인을 통해 발생한 수익을 고유 목적 사업인 의료시설과 장비, 종사자 처우개선에 사용할 유인력도 거의 없다"고 비판했다.
연구소는 "자법인 제도가 없는 현 상황에서도 의료법인이 영리추구를 하는 게 현실이다"면서 "자법인의 수익은 의료법인의 수익과 달리 처분이 자유롭기 때문에 수익금을 의료법인으로 전입시키는 경영자는 없다"고 못을 박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