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학회 총무이사는 몇일 전 제약사 직원들과 술자리를 가졌다. 몇달 후 열리는 추계학술대회 부스를 유치하기 위해서다.
그는 평소와 달리 제약사 직원들에게 접대를 하며 술자리를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이끌었다. 그런데 거나하게 술이 취하자 제약사 직원이 귓속말로 속삭였다.
"교수님, 죄송해요 부스 한개 밖에 못할 것 같아요."
A학회 총무이사는 순간 술이 확 깼다. 다국적 제약사라서 적어도 부스 3개 정도는 유치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던 그는 어깨에 힘이 빠졌다.
추계 학회시즌을 앞두고 각 학회 총무이사 등 임원진들은 제약사, 의료기기 업체에 부스를 유치하느라 분주하다.
특히 공정거래규약에 따라 제약사 지원에 상한선이 생기고 최근 들어 제약업계 경기불황까지 겹치면서 각 학회들은 점점 더 부스 유치에 애를 먹고 있다.
A학회 총무이사는 "다국적 제약사도 예산이 없다며 부스를 줄 수 없다고 하니 국내 제약사나 의료기기 업체는 오죽하겠느냐"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B학회 총무이사도 제약사 부스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는 마찬가지.
그는 "지난 해 연말에 1년 예산 계획을 잡을 때부터 협의를 해둔 제약사는 그나마 괜찮은데 그렇지 않은 곳은 거의 못한다고 봐야한다"면서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나마 약 처방이 많은 내과계열 학회는 나은 편. 외과계열 학회는 제약사 부스를 유치하기가 점점 더 힘들어지고 있다.
C학회 총무이사는 "당초 생각했던 업체 중 2~3곳이 부스를 할 수 없다고 해서 수차례 간곡하게 요청한 끝에 부스를 유치했다"고 전했다.
대부분의 학회가 학회비만으로는 행사를 진행할 수 없다보니 제약사 및 의료기기 업체의 지원이 불가피한 게 사실이다.
C학회 총무이사는 "외과계열 학회이지만 과거에는 부스 유치가 이 정도로 어렵지 않았다"라면서 "이제는 춘추계 학술대회를 준비하는 것보다 부스를 유치하는 게 어려울 정도로 제약업계 인심이 팍팍해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