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개원의가 강원도서 계곡물에 빠진 초등학생 소녀와 그의 아버지를 구하려다 유명을 달리한 사건이 발생했다.
사건의 주인공은 서울 광진구 자양동에서 '한아름미소의원'을 운영하던 한증엽 원장(56. 한양대 졸).
인제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24일 수영동호회 회원 10명과 강원도 인제군 기린면 진동리 아침가리 계곡을 찾아 트래킹을 하던 한 원장은 오후 2시쯤 계곡에 빠진 소녀와 딸을 구하려던 정모(41)씨를 목격하고 물로 뛰어 들었다가 변을 당했다.
인제경찰서 상황실 관계자는 메디칼타임즈와의 통화에서 "초등학생 여학생이 아침가리 계곡에서 물놀이 하다가 뚝밭소라는 수심 4m 깊이의 소의 소용돌이에 휘말렸다"며 "곧바로 아빠가 뛰어 들어 아이를 소용돌이의 중심에서 밀쳐냈으나 본인은 헤어나지 못하고 허우적대던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수영동호회 회원인 한씨가 그 상황을 보고 구하려고 소로 뛰어 들었다가 사고를 당했다"며 "소녀는 수영동호회 회원들로부터 무사히 구조됐고, 학생의 아버지는 구조됐으나 중태 상태, 한씨는 의식불명 상태로 헬기로 강릉아산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끝내 숨을 거뒀다"고 설명했다.
유가족에 따르면 한 원장은 평소 속이 깊고 정이 많은 성격이었다.
한 원장의 친동생 한모씨는 메디칼타임즈와의 통화에서 "돌아가신 형님은 평소에 말씀은 많지 않았지만 우직하고 속이 깊은 편이었다"며 "특히 정이 많아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주려고 많이 노력하는 성격이었다"고 말했다.
갑작스런 가장의 사망에 부인과 중학교 2학년 딸 등 남은 가족들의 생계도 어려워진 상황이다.
한모씨는 "형님이 의사이기 했지만 여유가 있는 형편은 아니었다"며 "살았다면 처자식 부양에는 문제가 없었겠지만 갑자기 돌아가셔서 생계가 어려워진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한 원장의 의료계 지인들은 동료의 사망소식에 슬픔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한 동료의사는 "자주 만나지는 못했지만 밝은 성격이었는데 갑자기 부고를 접하게 돼 가슴이 아프다"며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의사는 "말 그대로 의사(義士)가 돼 버렸다"며 "남은 가족의 생계가 걱정이다. 가족들이 슬픔을 이기고 힘을 낼 수 있도록 의사들이 마음을 모아 도와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고 한증엽 원장의 빈소는 서울 성동구에 위치한 한양대병원 장례식장 1호실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오는 27일 오전 8시 10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