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해외에서 자궁경부암 예방백신에 대한 부작용 논란이 일면서 자궁경부암 백신 시장이 매출 하락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일본 후생노동성은 자궁경부암 예방백신의 부작용을 이유로 적극적인 권장을 잠정 중단하기까지 했다.
부작용 논란이 잠잠해질 때쯤 이번엔 적정 접종횟수를 둘러싼 논란이 제기됐다.
미국 국립암연구소(NCI) 마보베 사파에이안 박사팀이 서바릭스를 한 번만 접종해도 항체 형성률에 큰 차이가 없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것이다.
서바릭스를 1회 접종한 여성 78명과 2회 접종한 192명, 3회 접종한 120명의 혈액을 채취해 4년 후 항체형성률을 측정한 결과, 1회접종한 여성과 2~3회 접종한 여성 사이의 항체 형성률에 큰 차이가 없었다는 것이다.
당시 산부인과 전문의들은 일본에서의 자궁경부암 예방백신 부작용 논란은 산부인과 단체, 정부의 공신력 있는 입장이 아닌 백신 접종을 반대하는 일부 의료인의 주장에 불과하다고 진화에 나섰다.
자궁경부암 예방백신 논란이 뜨겁던 지난 3월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일본 이슈는 대다수의 의료인, WHO, 세계최대산부인과학회 COGI, 후생노동성 백신안전위원회와 다른 의견"이라며 "이미 사실 관계가 아닌 것으로 밝혀진 것을 재언급한 것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산부인과의사회는 "후생노동성 산하 백신안전성위원회에서 이상반응을 검토한 결과, 원인이 백신 자체 성분과 연관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고, 접종시 통증이나 불안에 따른 것으로 결론냈다"고 밝혔다.
의료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일본과 국내 자궁경부암 예방백신 시장은 매출하락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서바릭스의 경우 일본에서 부작용 논란이 제기된 이후 매출이 크게 감소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일각에서는 신규 접종자를 찾기 어렵다는 말도 있었다"고 전했다.
'가다실'을 공급하는 MSD도 예외는 아니었다.
MSD 관계자는 "가다실 역시 자궁경부암 예방백신 부작용 논란에 영향을 받았다"며 "지금도 상황이 크게 나아지진 않았다. IMS 데이터에 따르면 특정 제품에 한정된 것이 아닌 국내 자궁경부암 백신 시장 자체가 줄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IMS 헬스데이터에 따르면 일본의 경우 지난해 자궁경부암 예방백신 매출규모는 전년 동기 대비 무려 약 95% 감소했으며, 국내는 2013년 1분기에 비해 올해 1분기 매출이 약 65% 가량 낮아졌다.
반면, 해외의 경우 부작용 논란이 자궁경부암 예방백신 매출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2012년 4분기 대비 전년도 4분기 기준으로 캐나다는 18.7%, 이탈리아는 14.2%가 오히려 증가했으며 미국과 독일은 각각 0.1%, 0.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경우 일부 연령층은 오히려 자궁경부암 백신 접종률이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7월 미국 질병관리통제센터(CDC)가 2007년부터 2013년까지의 미국 내 13~17세 남자 및 여자 어린이 및 청소년의 자궁경부암 백신 접종률을 조사한 결과, 2013년 자궁경부암 백신 접종률이 2012년보다 여자 및 남자 각각 3.5%, 13.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산부인과 전문가들은 불확실한 부작용 논란에 따른 우려로 접종을 중단할 경우 건강에 해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산부인과의사회 박노준 회장은 "일반적인 백신의 부작용을 자궁경부암 백신만의 문제라고 생각해 지나치게 걱정하거나, 아직 백신과의 연관성이 밝혀지지 않은 부작용에 공포심을 가질 필요는 없다"며 "이로 인한 백신 접종 중단은 국민 건강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