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 업계 경력자 우대. 면접 공고에서 빠지지 않고 찾아볼 수 있는 문구다. 즉시 전력감을 원한다는 소리다. 특히 팀장급 이상은 더 그렇다.
하지만 일부 국내 제약사는 이와는 정반대로 오히려 무경력자를 선호한다. 이유는 뭘까.
바로 리베이트 영업 방식을 뿌리뽑기 위해서다.
국내 A사 전략기획팀 관계자는 "제약계는 수십년간 리베이트 관습에 젖어 있었다. "급여삭제 투아웃제가 시행 중이지만 고위 임원 중에는 아직도 돈으로 영업해야한다는 마인드가 잔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렇다보니 실적이 좋지 않으면 또 다시 리베이트 유혹에 휩싸이게 된다. 전략 회의를 들어가도 정도 영업만으로는 힘들지 않겠느냐는 발언이 속속 나온다"며 "고민 끝에 회사가 내놓은 방침이 리베이트 관행을 모르는 젊은 직원 뽑기였다"고 강조했다.
실제 A사 영업사원 중 업계 경력이 3년이 채 안되는 직원의 비율은 무려 절반 이상이다.
특히 클리닉 담당은 대다수 신입사원이다. 종합병원보다 개원가에서 상대적으로 리베이트 영업 위험이 많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A사 관계자는 "경력도 중요하지만 지금 제약계는 사고 방식의 전환이 필요하다"며 "기존 직원들은 잘 나갔을 때의 안일함에 젖어 새로운 것을 시도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젊은 피 수혈도 이런 측면"이라고 설명했다.
일부 다국적 제약사도 시대의 흐름에 따른 A제약사의 변화에 공감했다.
B 다국적 제약사 인사부 임원은 "경력직의 중요성은 두 말할 나위가 없다. 하지만 최근 경향을 보면 경력직에 의존하던 과거와 달리 무경력자나 타 업종 신입사원도 많이 발탁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업계 스스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본 것 같다"며 "예전에는 제약계가 타 직종에서는 넘볼 수 없는 곳이었다면 이제는 많은 기회가 열려 있는 것이 사실이다. 홍보팀 역시 증권가 등 전혀 제약계와 관련 없던 인물이 뽑히곤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