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사의 '타각적 굴절검사 기기' 사용을 놓고 10여년간 지속된 안과의사와 안경사의 갈등이 국회에서 또다시 부딪혔다.
대한안경사협회가 안경사들만을 위한 '안경사법안' 발의를 주도하고, 국회 토론회까지 열어 여론몰이에 나서자 의료계가 발끈하고 나선 것이다.
안경사법안을 대표발의한 새정치민주연합 노영민 의원은 18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안경사법, 왜 필요한가'를 주제로 정책토론회를 열었다.
112석 규모의 토론회 장소는 청중들로 일찌감치 차다 못해 서 있을 자리가 없을 정도로 붐볐다. 주최측에 따르면 약 450명이 참석했다.
토론회 분위기는 일방적이었다.
5명의 토론자 중 정부 관계자를 제외하고 3명이 '찬성'을 주장했다. 안과의사 대표로 참석한 대한안과학회 김영진 검안이사만이 '반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과학회는 안경사법안 중에서도 안경사들의 업무범위를 규정한 조항을 문제로 지적하고 있다.
법안에 따르면 안경사는 안경 및 콘택트렌즈 도수 조정을 위한 자각적 및 타각적 굴절검사를 할 수 있다.
시력검사는 ▲자각적 굴절검사 ▲자동굴절검사기기를 이용한 타각적 굴절검사 ▲인체에 미치는 잠재적 위해가 거의 없거나 낮은 타각적 굴절검사기기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타각적굴절검사기기를 이용한 타각적 굴절검사 등이다.
법 조항만 봤을 때 시력검사를 위한 타각적 굴절검사 기기는 안경사가 모두 사용할 수 있다는 말이 된다.
안경사협회는 해외의 안경사, 검안사 제도 등을 내세우며 타각적 굴절검사 기기 사용은 의료법에 저촉되지 않으며, 시대가 바뀌었다고 주장한다.
광주보건대 김상현 교수는 "시대가 많이 바뀌었는데도 안과의사들은 30년전 법률을 들고 나와서 계속 반대를 주장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김 교수는 "이미 안과 병의원에서 안경사를 많이 고용해 시력검사를 시키고 있다"며 "안경사가 검사 후 진단을 하는 것이 아니고 문제여부를 판단해서 안과로 연계한다는 이야기"라며 현실을 설명했다.
그는 "구인사이트에서 검안사 직종을 찾아봤는데 업무에 녹내장, 백내장 라식 수술 전후 검사라고 표현 돼 있다. 그렇게 중요한 검사라면서 왜 간호사, 안경사 등에게 맡기냐"며 비판했다.
안과의사 "타각적 굴절검사는 내과의사의 청진기와 같다"
안과학회는 헌법재판소와 대법원 판례에서 타각적 굴절검사는 의료행위라고 판시하고 있다고 반박한다.
안과학회 김영진 이사는 타각적 굴절검사는 엄연히 의료행위라고 선을 그었다.
김 이사는 "내과의사의 청진기와 같이 타각적 굴절검사는 안과의사의 기본적인 초기 진단 검사에 해당하는 의료행위"라고 분명히 했다.
그는 "안경원에서 하는 시력검사는 안경을 맞추기 위한 것이지만 안과에서 하는 시력검사는 눈 건강상태를 진단하기 위한 검사의 시작점이다. 바라보는 시각 자체가 다르다"고 강조했다.
안경사 업무범위를 정한 조항중에서도 특히 '인체에 미치는 잠재적 위해가 거의 없거나 낮은'이라는 표현에 대해 비판했다.
김 이사는 "해당 표현은 궤변이다. 선무당이 사람잡는다고 했다"며 "더 좋은 안경을 맞추기 위한다기 보다는 이권 확대를 위한 주장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안경사가 업무 범위 확대를 주장하기 위해서는 책임과 의무에 대해서도 생각해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이사는 "공부를 많이 했는데 왜 (검사를) 못하는가라고 주장 하면 세상의 모든 면허 제도는 의미가 없다. 자동차 운전을 많이 했다고 면허를 주는 게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어 "법 제정에만 관심이 있는데 보건의료인으로서의 의무를 담당하려면 책임과 의무가 뒤따라야 한다. 이 부분을 어떻게 법률에서 표현할 것인지도 생각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경사와 안과의사가 갈등을 겪어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의문을 품었다.
그는 "안경사의 경제적 이득에 안과의사가 개입돼 있는 게 하나도 없다. 안과에서 시력검사를 했다고 해서 안경을 맞춰주는 일은 없다. 안경사들이 안경과 관련된 경제적 이득이 모두 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합리적으로 생각해보면 안과를 갖다가 안경원에 가서 안경을 맞추면 된다"고 덧붙였다.
토론자들의 발표를 모두 들은 보건복지부 의료자원정책과 박종성 사무관은 "관련 전문가 집단 등과 논의를 충분히 하는 방향으로 검안에 대해 계속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짧게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