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대병원이 의대 교수들에 대해 호봉을 인정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면서 또 다시 의사 연봉제가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고 있다.
나이에 따라 월급이 올라가는 불합리한 구조를 바로잡겠다는 것이 병원측의 의지. 그러나 이에 대한 교수들의 의견은 극과 극으로 나뉘고 있어 상당한 갈등이 예상된다.
1일 병원계에 따르면 아주대병원은 최근 의사 연봉제를 실시하기로 내부 결정하고 이를 추진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모색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아주대병원 보직자는 "자리만 지키고 있는 교수가 병원에 들어온지 오래됐다는 이유만으로 열심히 진료하고 연구하는 교수에 비해 더 많은 월급을 받는 것은 불합리한 구조"라며 "이를 개선해야 할 시기가 왔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아주대병원은 교수들의 업적을 평가하기 위한 실적 평가체계와 이에 대한 보상방안 등을 마련중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대다수 교수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합리적인 평가는 허울일 뿐이며 결국 의사들의 인건비를 낮추고자 하는 의도일 뿐이라는 지적이다.
아주대병원 A교수는 "말은 그럴싸 하지만 결국 호봉으로 올라가는 월급이 아깝다는 것 아니냐"며 "결국 총액을 정해놓고 아랫돌을 빼서 윗돌에 놓아가며 조삼모사로 흘러가게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러한 경향을 반영하듯 최근 아주대병원 의사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찬성은 16%에 불과했다. 나머지 84%가 반대표를 던진 것이다.
그렇다면 교수들이 이렇게 연봉제를 반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교수들은 평가 자체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실적에 따라 연봉제를 실시한다면 결국 병원 경영에 도움이 되는 진료 실적을 최우선적으로 평가할 수 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A교수는 "연봉제가 실시되면 결국 얼마나 환자를 많이 봤는지가 기준이 되지 않겠냐"며 "학생 교육과 전공의 트레이닝 등 병원 경영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 지표를 반영할리가 만무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렇게 되면 결국 진료에 목숨 거는 민간병원과 차이가 없게되는 셈"이라며 "스스로 대학병원의 역할을 포기하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이유는 과연 병원에서 호봉 상승분을 연봉에 반영하겠느냐는 것이다. 이는 의대 교수들의 급여 체계와도 관련이 있다.
현재 의대 교수들은 1년마다 올라가는 호봉에 맞춰 임금이 올라가며 임금단체협상에 따른 임금협상분 또한 적용받는다.
그러나 연봉제가 실시되면 결국 임금단체협상에 따른 임금 인상분만 반영되지 않겠냐는 것이 의대 교수들의 우려다.
아주대병원 B교수는 "연봉제가 실시된 후 호봉 인상분에 따라 임금 총액을 결정할리가 없을 것"이라며 "결국 총액은 묶어놓고 2~3%씩만 임금 인상분만 반영해 임금을 결정할 확률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이들 교수들은 의사 노조를 만들겠다는 의지까지 보이고 있다. 명확한 기준을 설정하고 임금을 결정하는데 적극적으로 관여하겠다는 의지다.
이에 대해 병원측도 크게 반대하지는 않는 분위기다. 노사협의체를 구성해 평가 지표와 적정 임금에 대해 논의해 보자며 한발 물러섰다.
아주대병원 관계자는 "연봉제에 대한 교수들의 반발을 알고 있다"며 "하지만 일방적으로 연봉제를 실시하겠다는 것은 아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충분히 교수들과 논의를 진행하며 합리적으로 급여 체계를 바꿔보자는 뜻"이라며 "대화 채널을 열고 많은 의견을 수용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