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서울대병원 예산을 쏟아부어 교육을 시켜놓은 인재들이 다른 대학병원과 임상시험수탁기관(CRO)으로 대거 빠져나갔다. 고급 인력의 유출을 막기 위해 의대 기금교수직 도입도 검토 중이다."
대학병원의 연구 역량강화가 병원의 미래를 좌지우지하는 시대. 올해로 10주년을 맞이한 서울대병원 의학연구협력센터(MRCC) 김규한 센터장(피부과)의 센터장의 고민은 예상 밖이다.
국내 최초의 의학연구 협력기관인 MRCC는 왜 고급 인력 유출에 대해 고민하는 것일까. 김규한 센터장을 직접 만나 이유를 들어봤다.
MRCC는 국내 최초의 의학연구 협력기관으로 임상 교수가 연구를 진행하는 데 있어 연구계획, 자료관리, 통계분석 등 질 높은 임상연구를 수행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조직.
특히 최근 다학제적 연구가 강조되면서 임상교수 개인이 연구를 수행하기 어려워짐에 따라 MRCC와의 협력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요건이 되고 있다.
달리 말하면 향후 MRCC의 활성화가 곧 해당 병원 임상연구의 미래가 달려있다고 할 수 있다.
김 센터장이 MRCC에 고급 인력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통계학을 전문으로 하는 인력은 많지만 의학분야 통계 전문은 많지 않다. 한명한명 교육하는 데 드는 시간과 비용이 상당하다. 결국 그들이 빠져나가는 만큼 손해인 셈이다."
현재 MRCC인력은 30명. 센터에 약 300~400명을 두고 있는 미국과 달리 소규모일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자체적으로 수익구조를 형성하지 못한 상태에서) 병원의 예산 지원에 의존해서 운영하다보니 조직을 확장하는 데 한계가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점차 MRCC의 역할이 커지고 조만간 흑자 전환이 기대됨에 따라 조직 확장을 검토 중이다.
"사실 지금까지는 그들에게 비전을 제시해주지 못했다. 그들을 잡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모색 중이다."
김 센터장은 파격적으로 서울대병원 기금교수직을 도입, MRCC 연구원들에게 비전을 제시할 계획이다.
몇년 전까지만 해도 연수생 신분의 계약직으로 채용하던 것을 촉탁직(정규직)으로 전환하고 고용을 안정화한 데 이어 그들의 동기를 유발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기금교수가 되면 철저한 재평가를 통해 성과에 따라 재계약 여부를 결정해 긴장감을 유지하도록 할 생각이다.
"앞으로 연구원의 제2교육에 주력하고 예산 또한 그들에게 집중적으로 쏟아부을 계획이다. 또한 향후 5~10년 내에 연구원을 100명으로 늘려나갈 계획이다."
현재 연구중심병원, 다학제 연구 활성화 등 MRCC역할이 커질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앞으로 예산보다는 인력 확보가 문제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병원 입장에서도 센터가 활성화되면 해당 의료기관도 함께 성장하는 것"이라면서 "국내 최초로 설립한 센터의 자존심을 계속 지켜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