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규제개혁 방안으로 정신병원의 병상 수 제한을 없애기로 한 것에 대해 정신병원들은 생색내기용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복지부는 최근 정신병원들의 규모 제한을 폐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정신보건법 일부개정안을 입법예고하고 의견수렴에 돌입했다.
복지부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의 정신질환자는 약 7만명 정도로, 전국의 총 정신병원 병상수는 환자 수보다 많은 8만 병상을 넘기는 수준이다.
개정안에서는 정신병원들이 300병상 이상의 병상수를 가질 수 없도록 규제해왔던 것을 삭제키로 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300병상 이상의 대형 정신병원 설립이 가능해지며, 그동안 300병상 이하로 운영돼 왔던 정신병원들도 대형병원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복지부 관계자는 "정신질환자의 효율적인 의료제공을 위해 정신병원 규모를 제한하는 규정을 폐지하는 등 규제를 개선함으로써 국민경제활동의 편의증진을 도모하는 한편, 현행 제도운영상 나타난 일부 미비점을 개선·보완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규제철폐? 의사 수 부족한 마당에 완화는 웬 말"
일선 정신병원들은 복지부 정책에 따른 우려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지금도 지방 정신병원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를 구하기 어려운데 병상수 규정을 완화해 대형 정신병원이 설립된다면 전문의가 더 대형병원으로 몰려 지방 정신병원들은 더 전문의를 구하기 힘들게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더욱이 복지부는 의사국시 합격자 수와 전공의 정원을 일치시키는 정원구조 합리화를 원칙으로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전공의를 단계적으로 감원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로, 정신건강의학과의 경우 148명에서 8명을 감축할 계획이다.
수도권의 A정신병원 원장은 "수도권은 그나마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를 구하기 수월하지만 지방병원은 사정이 다르다"며 "이런 상황에서 병상수 제한을 폐지한다고 해서 병상수를 늘릴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병상수를 늘리려면 그에 따른 추가적인 인력이 더 필요한데 구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라며 "이러한 이유에선지 최근 정신병원들은 병상수에 관심을 갖기 보다는 의무인증제로 인해 시설과 의료 질을 높이는데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신의료기관협회 관계자는 "정신병원의 규제를 완화한다고 해서 기대했지만 정작 줄기차게 요구했던 정신과 의료급여 정액수가에 대한 개선안 마련은 소극적"이라며 "워낙 낮은 정액수가 탓에 병상 증설이 허용된다 해도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 병상을 증설하는 정신병원은 찾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