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울산의사의 날 기념식에서 고 백승찬 울산시의사회장이 읽어 내려갔어야 할 기념사 중 마지막 구절이다.
회원들의 건강과 행운을 빌고자 했지만 그는 끝내 기념사를 읽지 못했다.
같은 날 이른 새벽, 백 회장은 심장 통증을 호소하며 집에서 쓰러졌다. 그가 심장을 부여잡고 고통스러워 할 때 가족들은 잠들어 있어 발견이 늦어졌다.
마침 지방의 의학전문대학원을 다니고 있는 딸이 주말을 맞아 집에 있었다. 병원 후송 전까지 딸은 아버지에게 심폐소생술을 시도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백 회장은 손수 일궈낸 자신의 병원인 울산중앙병원에서 결국 눈을 감고 말았다. 향년 57세.
그를 옆에서 잠깐이나마 지켜봤던 사람들은 "열심히 하고, 훌륭한 인품의 소유자"라고 회상했다.
지인들에 따르면 백 회장은 20여년 전 레지던트 시절에도 심장 이상으로 쓰러진 적이 있었다. 당시 주위 동료들의 긴급 조치로 위기를 넘겼고, 이후 건강관리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던 그였기에 주위를 더욱 안타깝게 했다.
울산시의사회 박준수 사무처장은 "평소 아픈 데가 없었기 때문에 더 갑작스럽다"며 "빈소에는 추무진 대한의사협회장 등 의료계 인사, 울산시 관계자 등 조문객들로 발디딜 틈 없이 붐비고 있다. 그만큼 백 회장이 얼마나 인망이 높고 유능한지를 확인할 수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백 회장은 울산과 경상북도 경산에 2개의 중소병원을 운영하면서, 울산시의사회장 활동을 하면서 지역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꾸준한 의료봉사를 통해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실천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울산시의사회장 취임과 동시에 그는 '재원의료봉사'를 새로 만들어 연속성 있는 봉사활동을 기획했다. 재원봉사 의원을 지정해 지역 사회 소외계층을 무료로 계속 치료해주는 활동이다. 3년동안 600건 이상을 돌파했다.
특히 사망 한 달 전 메디칼타임즈와 인터뷰에서 백 회장은 누구보다 약자를 생각하고 환자를 우선하는 철학을 강조했다.
그는 리더의 조건으로 가장 먼저 '솔선수범'과 함께 '환자중심'을 꼽았다. 신경외과 의사로서 감을 잃지 않기 위해 '메스'도 절대 놓지 않았다.
백 회장은 "직원들에게 월급을 주는 사람은 이사장인 내가 아니다. 병원을 찾는 환자다. 그들에게 고맙다는 생각을 갖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미래 의료계를 이끌어 나갈 근본인 의학교육 제도의 절실한 변화를 누구보다 바랐던 그 였다.
그는 생전 메디칼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개인의원의 어려움만 이슈가 되고 있는데 교육제도는 해방이후 바뀐 게 하나도 없습니다. 인턴제는 폐지하고, 레지던트 수를 줄이는 등 교육제도를 바꿔야 합니다. 대학병원 의료사고를 잠 못 자는 전공의가 일으킨다는 보도들을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됩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한편, 백 회장은 지난 1984년 경북의대 졸업 이후 정안의료재단 울산중앙병원 이사장, 울산시의사회 의장 등을 역임했다.
빈소는 울산중앙병원 첨단의료센터 1층 특설분향소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오는 18일 화요일, 장지는 경북 성주읍 월항리에 위치한 선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