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병원들이 의료 취약지 주민들을 위해 실시하고 있는 의료 봉사 활동이 지역 의사들과 계속해서 마찰을 빚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좋은 취지에서 진행하는 의료 봉사가 지역 의료 생태계를 망치는 결과가 되지 않도록 상생할 수 있는 대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4일 의료계에 따르면 대학병원들의 의료 봉사 활동이 계속해서 지역 개원가, 보건소와 갈등을 빚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주말 지방에서 이뤄진 S 대학병원의 의료 봉사 활동이 대표적인 경우.
이 병원은 100여 명 규모의 의료 봉사단을 꾸려 지방의 한 마을에서 주말 동안 봉사 활동을 펼쳤지만 지역 의료계는 싸늘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지역 보건소 등에서 처방한 약을 확인하지 않고 질환별로 약을 장기로 처방해 환자들의 혼란이 일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는 것이다.
이 지역 의료계 관계자는 "S 대학병원에서 의료 봉사 활동을 하며 DUR도 확인하지 않은 채 장기 처방을 내고 갔다"며 "전에 먹던 약과 함께 먹어도 되느냐는 문의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봉사에 참가한 일부 의사들은 처방약만 먹고 보건소에서 준 약은 먹지 말라는 당부까지 했다고 하더라"며 "어떻게 내가 관리하는 환자들을 이렇게 대할 수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로 이 같은 갈등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특히 일부 지역 개원의들은 대학병원 의료 봉사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일회성 행사로 내려와서 몇 달 치 약을 처방하고 가는 것에 대한 불만이다.
해당 지역의사회 관계자는 "사실 의료 봉사 활동이 취지는 좋지만 일부 부작용이 나타나는 것은 사실"이라며 "만성 질환 환자에게 장기 처방을 하고 가 버리면 지역 개원가는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대학병원들도 할 말은 있다. 의료 접근성이 떨어지는 환자들에게 대학병원의 의료 봉사는 단비가 아니겠느냐는 반문이다.
S 대학병원 관계자는 "지역 개원의들이 잘 관리하고 있는 곳이라면 이러한 비판이 나올만하지만 대부분 의료 봉사를 가는 지역은 의료 접근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곳"이라며 "이번 봉사 활동 지역 또한 해당 지자체의 요구로 파견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병용 금기를 어겼다는 말 또한 이해가 가지 않는 얘기"라며 "진찰 시에 복용하고 있는 약이 있는지 확인하고 처방을 하는 것은 의료 봉사 메뉴얼에도 적혀 있는 내용"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의료 봉사가 지역 의료계와 환자 간의 유대감, 즉 라포를 떨어트릴 수 있다는 데는 모두가 공감하고 있다. 그만큼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데도 의견을 같이한다.
A지역 의사는 "대학병원이 의료 봉사를 와서 나와 다른 처방을 하고 가면 환자들의 입장에서는 혼란이 일 수밖에 없다"며 "환자와의 라포가 깨질 수 있다는 얘기"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특히 이러한 처방과 시술, 검사는 대부분 일회성이라는 점에서 이러한 부작용이 더욱 아쉬운 것이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S 대학병원 관계자도 "물론 일부 지적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며 "좋은 취지의 활동인 만큼 해당 지자체와 지역 의료계 등과 함께 의료 봉사를 진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