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전달체계를 바로잡기 위해 중증이 아닌 재진 환자를 받지 않겠다고 선언한 삼성서울병원이 이에 맞춰 의료진 인센티브 제도도 전면 개편할 예정에 있어 주목된다.
외래 환자 수, 진료 수익 등의 지표로 평가하는 제도로는 지금의 문제점을 바로잡을 수 없다고 판단하고 수술 난이도와 협진 등에 가산점을 부여하는 제도를 검토하고 있는 것.
삼성서울병원 보직자는 25일 "환자를 많이 보고 수술을 더 하면 인센티브를 받는 구조로는 질적 향상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 공통된 생각"이라며 "과거와 달리 의료의 질에 맞춘 인센티브 시스템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의사가 진료 수익을 올리면 이를 나눠 갖는 식의 인센티브 시스템을 최대한 자제하고 질 평가로 전환하겠다는 것이 삼성서울병원의 의지다.
이는 의료전달체계를 바로잡기 위해 재진 환자 진료를 자제 않겠다는 병원의 방침과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삼성서울병원은 최근 상급종합병원에서 굳이 담당할 필요가 없는 수술 후 관리 환자나 단순 처방 환자, 일선 의료기관에서 처치가 가능한 경증환자 진료를 자제하겠다는 자체 방침을 수립한 바 있다.
병상과 환자 수로 경쟁하는 국내 병원 계의 틀을 깨고 연구 능력과 의료의 질로 인정받겠다는 각오다.
병원 보직자는 "세계적인 병원인 메이요 클리닉이나 MD앤더슨 등이 환자 수로 인정받는 것이 아니지 않느냐"며 "의료 수익에 목매지 않아도 세계적인 병원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인센티브 제도 개편은 오로지 의료의 질과 연구 능력을 높이는데 방점을 두고 수익 지표 등은 최대한 평가툴에서 제외할 예정이다.
삼성서울병원 보직자는 "단순히 수술을 많이 한다고, 환자를 많이 본다고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은 지양하기로 했다"며 "수술 난이도는 물론 연구 과제 발제와 수행 등에 보다 많은 가산점을 부여하는 방향의 인센티브를 검토중"이라고 말했다.
가령 환자 100명을 본 교수보다 1건의 고난도 수술을 해낸 교수에게 가산점을 주고 NEJM 등 유수 저널에 논문을 내면 로봇 수술 10건보다 더 많은 인센티브를 주겠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의료의 질을 높이기 위한 방안에도 인센티브를 부여할 계획이다. 가령 다학제 협진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에 대한 가산점 등이다.
이 보직자는 "의사 개개인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으로는 단순한 수익 경쟁을 피할 수 없다고 본다"며 "다학제 협진으로 치료의 수준을 한 단계 높였다면 협진 팀 전체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또한 센터 의료진이 힘을 합쳐 고난도 수술을 성공했다면 소속 전체 교수들에게 가산점을 주는 방식도 방법이 될 것"이라며 "인센티브는 모두가 더 나은 방향으로 가기 위한 방편인 만큼 보다 양보다는 질을 높이는데 힘을 쏟을 수 있도록 배려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