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한 대학병원에서 1년 차 성형외과 전공의가 음주 상태에서 3살 된 남자아이의 봉합 수술을 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사회적으로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달 28일 4살 아이가 미끄러지면서 턱부위가 찢어지자 아버지 김 씨는 아이와 함께 길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김 씨의 증언에 따르면 수술을 맡은 의사는 비틀거린 채 위생 장갑 없이 대충 환자의 상처를 꿰매 아이는 결국 재수술을 받게 됐고, 김 씨의 신고로 경찰이 출동해 해당 의사의 음주 측정을 한 결과 음주 여부는 사실로 드러났다.
이 사건이 공중파와 각종 매체에 보도되면서 해당 전공의와 길병원에 대한 비난이 폭주하고 있는 상태이다.
사건 당일 해당 전공의는 무슨 이유로 술을 마시게 됐고 술을 마신 상태에서 왜 수술에 나서게 됐을까.
메디칼타임즈는 길병원 관계자로부터 해당 전공의의 당시 행적을 들어봤다.
성형외과 1년 차 전공의 A 씨(33세)는 당일 당직 근무자가 아니었다.
이날 3년 차 전공의 B 씨는 후배인 A 씨에게 같이 저녁을 먹자고 제안했다. 의국에 들어온 지 3개월 정도 지났지만 그동안 바빠서 제대로 된 환영회도 못했기에 마침 근무가 없는 틈을 타 식사를 하기로 했다는 것.
선배 전공의와 식사를 하면서 술을 마신 A 씨는 자리가 끝난 후 쉬기 위해 당직실로 향했다.
당시 당직실에는 2년 차 전공의 C 씨가 있었다. C 씨는 저녁을 먹지 못해 간단하게 라면을 먹던 중이었고 이때 A 씨가 당직실로 들어간 것.
그때 응급실에서 당직실로 콜이 들어왔다. 2년차 선배가 라면을 먹고 있어서 A 씨가 우연히 전화를 받게 됐고 어린아이의 턱이 찢어져 봉합이 필요한 상황임을 알게 됐다.
길병원 관계자는 "열상 봉합은 분초를 다투는 것이 응급상황이 아닌 만큼 당직근무자인 2년 차 전공의가 하면 되는데 당시 A 씨가 판단을 잘못한 것 같다"며 "순간적으로 판단이 흐려져 술을 많이 안 마셨으니까 내가 가서 빨리해야겠다, 2년 차 선배 대신 봉합을 하면 칭찬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본격적인 상황은 이 때부터 시작됐다.
봉합을 마친 후 아이의 상태를 본 보호자 김 씨는 봉합이 엉성하다며 이의를 제기했고 A 씨는 "너무 촘촘히 봉합하면 피부에 괴사가 발생할 수 있다"며 이견이 오고가던 중 김 씨가 A 씨에게 술냄새가 난다며 경찰에 신고를 했고 출동한 경찰은 음주감지기로 A 씨의 음주 사실을 확인하게 된 것.
길병원은 사건 직후 전공의 A 씨를 진료에서 제외시킨 후, 1일 징계위원회를 열어 해당 전공의를 즉각 파면 조치했으며 응급센터소장, 성형외과 주임교수, 간호팀장 등 관련 보직자 10여 명도 해임키로 했다.
길병원 관계자는 "해당 전공의로 인해 병원 보직자들까지 줄줄이 해임을 당한 상황"이라며 "차마 입에 담기도 어려울 정도의 비난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이 관계자는 "술이 한잔이던 열장이던 양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떤 의도에서건 의사가 술을 마시고 진료를 해선 안 된다. 명백히 잘못한 일이다"며 "파면된 전공의의 경우 이쪽 바닥이 좁아서 다른 병원에 들어가기도 힘들 것이다. 의사로서 길이 좁아졌다"고 말했다.
사건이 알려지자 보건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 등은 물론 국회까지 나서서 이 문제를 의사의 윤리적인 문제로 규명하고 발빠른 대처에 돌입했다.
의협은 법제팀을 통해 해당 전공의의 의료법 위반 여부를 검토하고 중앙윤리위에까지 회부하겠다는 계획이다.
새정치민주연합 이찬열 의원(국토교통위)은 1일, 의료인이 음주 후 의료행위를 할 경우 5년 이하 징역이나 2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하는 항목을 신설한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복지부 역시 담당 지역 보건소를 통해 해당 전공의가 의료법 시행령을 위반했는지를 판단해 처분을 진행하겠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법 시행령 제32조에 따르면 비도덕적 진료행위를 의료인의 품위 손상 행위의 범위로 규정하고 있다.
또한 의료법 제66조에 따르면 보건복지부장관은 '의료인의 품위를 심하게 손상시키는 행위'를 했을 경우 1년의 범위에서 면허자격을 정지시킬 수 있다.
한편, 길병원은 이 사건 이후 의료진을 포함한 전 직원에게 금주령이 내려진 상태이며 송년회 및 각종 회식이 일체 금지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