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길병원 1년차 전공의가 술을 마신 상태에서 진료한 것을 두고 여론이 들끓고 있다.
국회에선 긴급 법안 발의로 의료인의 음주 후 의료행위에 대한 처벌 법안을 내놨으며 복지부는 해당 전공의에 대한 행정처분을 검토 중이다.
이 시점에서 한가지 질문을 던지고 싶다.
그 전공의는 왜 당직도 아닌데 병원 당직실로 향한 것일까. 그리고 왜 응급실 콜까지 받은 것일까.
단순히 레지던트 1년차로 의욕이 넘쳐서 혹은 사리판단을 못하는 초짜 전공의가 섣불리 나섰다가 이 사태를 초래했다고 결론 짓기에는 뭔가 개운치 않다.
게다가 이번 사태의 모든 책임을 해당 전공의에게 묻는 것 또한 씁쓸한 측면이 없지 않다.
문득 얼마 전 만난 A대학병원 전공의가 "믿기지 않는 현실이 여전히 행해지고 있다"며 펼쳐 보여준 레지던트 이중 당직표가 떠오른다.
그가 내놓은 실제 당직표는 대외 제출용 당직표와는 달리 피부과, 성형외과 등 일부과 레지던트 1년차는 365일 24시간 병원을 지키는 것을 기본으로 했다.
특히 외래 환자가 많은 피부과, 성형외과 레지던트 1년차는 언제 발생할 지 모르는 응급상황을 대비해 1년차는 늘 병원 전방 100m내에 머물렀다.
응급실 콜을 받는 대상은 365일 24시간 레지던트 1년차가 맡기 때문에 별도의 당직표도 없었다.
그렇다. '이중당직표'라면 앞서 뭔가 풀리지 않았던 의문이 풀린다.
이렇게 가정해보자.
해당 전공의(성형외과)는 당직표에는 오프였지만 내부적으로는 당직 근무였다. 그래서 저녁 식사 후 술을 한잔 했지만 다시 병원으로 들어왔고, 응급실 당직 콜을 받을 수 밖에 없었다고.
물론 이는 팩트가 아닌 픽션에 불과하다. 또한 어떤 경우에서도 음주 후 진료를 한 것을 정당화할 순 없을 것이다.
다만, 이번 사건이 전공의 한 개인의 문제로 결론짓고 단순히 의료인의 음주 진료를 제한하는 것에서 마무리 짓기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만에 하나, 가정이 사실이라면 최근 병원계 고질적인 문제로 부각된 '전공의 수련환경'의 병폐를 바로 잡고 문제를 해결할 기회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