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부외과 레지던트 지원율 0%.
대구 지역 의료기관의 2015년도 레지던트 1년차 접수 마감 결과는 지방의 흉부외과 공동화 현상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지난 17일, 흉부외과학회는 대구 노보텔 앰베서더 호텔에서 '메디시티 대구 심장수술 의료서비스 혁신'을 주제로 세미나를 열고 대안을 모색하는 자리를 가졌다.
이날 논의는 '현재 지방의 흉부외과 공동화 현상을 없애고 활성화 할 수 있을 것인가'를 중심으로 진행됐다.
세미나에 참석한 의료진들은 "조만간 지방은 심장수술이 가능한 병원이 사라질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1997년만 해도 한해 흉부외과 전문의 67명을 배출했지만 지난 2013년에는 18명을 배출한 데 그쳤다.
게다가 대구지역 모든 수련병원은 2015년도 흉부외과 레지던트를 단 한명도 받지 못했다.
지금의 상황이면 멀지 않은 미래에 지방 환자들은 수도권으로 올라와야만 심장수술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로 나타날 수 있다.
흉부외과학회가 파악하고 있는 심장수술의 지방 공동화 현상은 생각보다 심각한 수준이다.
요양기관 소재지역별 관상동맥우회술 실시 현황(왼쪽 표 참고)을 살펴보면 서울, 경기 지역의 수술률이 전체의 77.5%를 차지할 정도로 압도적이다.
반면 충북과 충남은 0.1%(4건), 0.4%(29건)에 불과하고 전남도 0.7%(44건)로 전국 수술 건수의 1%가 채 안되는 수준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문제는 수술 건수가 적을수록 사망률을 높아질 수 밖에 없다는 점이다.
관상동맥우회술 수술량과 중증도 보건 수술 후 30일 이내 사망률을 분석한 자료(아래 표 참고)를 보면 수술 건수가 적을수록 사망률이 높게 나타났다.
특히 상대 위험도의 추정치라고 하는 OR(오즈비 ODDS Ratio)에서 관상동맥우회술을 40건 미만 하는 병원과 200건 이상하는 병원의 사망률이 약 9배까지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 하다.
그렇다면 대안은 없는 것일까.
흉부외과 의료진들 사이에선 지역 내 심장수술 센터 설립이 대안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권역별 심뇌혈관질환센터처럼 지역에서 1개 병원을 선정해 운영하자는 얘기다.
수술 건수가 적고 심장수술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는 지금처럼 병원간 경쟁을 유도하는 식의 모델보다는 제한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지역협력모델이 낫다는 게 흉부외과 의사들의 생각이다.
실제로 대구지역에선 5개 병원이 참여하는 메디시티 대구 심장수술센터 설립을 제안한 상태이며 지역 내 14명의 심장수술 전문의와 5개 병원 대표자의 동의까지 받은 상태다.
보건복지부도 필요성을 인식하고 이와 관련해 현황 파악에 나선 상태다.
현재 1단계로 지자체별 심뇌혈관질환 관리 현황 및 문제점을 파악을 위한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며 이어 2단계로 2단계로 심장수술센터 설립 등 심뇌혈관질환 관리 개선 방안 및 타당성 연구를 계획하고 있다.
흉부심장혈관외과학회 대구경북지회 박남희 교수(계명대 동산의료원)는 "정부가 실태 파악에 나서고는 있지만 지지부진한 상태"라며 "지방의 흉부외과 붕괴는 걷잡을 수 없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데 답답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단순히 특정 병원 혹은 의료진 한두명이 나선다고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정부의 정책적인 지원이 시급하다"고 거듭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