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어린이의 체계적이고 통합적인 건강관리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우리 아이 주치의사업'을 들고 나왔지만 시작부터 난관에 봉착했다.
소아청소년과의사회 등 의료계는 주치의 제도가 현행 의료 체계와는 맞지 않는다며 논의 제안부터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19일 소아청소년과의사회와 서울시의사회 등에 문의한 결과 최근 서울시가 제안한 '우리 아이 주치의사업'에 참여를 거부키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서울시는 거주 지역 어린이(12세 이하 서울시 거주)와 지역 의료기관간의 1:1 주치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제도 운영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서울시는 본 제도를 통해 학령기 전과 학령기 아동으로 구분해 주치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이외 건강검진, 발육상태, 예방접종 등의 건강정보를 '건강관리카드'로 제공한다는 계획이었다.
특히 서울시는 주치의 추진 협의회에 시민단체 및 소아청소년과, 가정의학과와 같은 관련 의료단체를 참여시켜 주치의 제도 시행에 따른 각 기관별 협력 사안 등을 논의할 예정이었지만 의료계가 참여 거부로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의료계가 가장 우려하는 점은 이번 제도에 보건소가 참여하게 된다는 점. 서울시는 주민교육과 홍보, 프로그램 관리, 인센티브 비용 관리에 보건소의 역할을 부여해 우려를 불러 일으켰다.
김재윤 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은 "의사들은 '주치의'라는 단어만 들어도 상당한 불쾌감을 나타낸다"며 "서울시의 어린이 주치의 사업은 국내 의료보험 제도와도 맞지 않아 불참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는 "어린이와 의료기관을 정해놓는 방식은 인두제와 비슷해 국내의 저수가 환경에서는 맞지 않는다"며 "보험 수가를 신설하는 것도 아닌 마당에 인센티브 정도 주는 사업에 참여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서울시의 의료정책에 관련해 대응 업무를 맡은 서울시의사회도 참여 거부로 방향을 잡았다.
임수흠 서울시의사회 회장은 "서울시청에서 이달 초 관련 의사회와 함께 협력 방안을 논의하자는 공문이 왔다"며 "소청과뿐 아니라 가정의학과 등 다른 과들도 함께 결부된 문제라 서울시의사회 차원에서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소청과의 부정적 의견을 수렴한 이후 상임이사회를 열었지만 대부분 '현실성이 없는 제도'라는 데 의견을 모았다"며 "의사들의 업무와 책임만 늘어나는 제도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이미 각 지역이나 구의사회마다 소청과, 내과, 가정의학과 등이 어린이집과 교류하며 어린이 건강 관리를 힘을 쓰고 있는 마당에 주치의 방식을 차용한 제도에 참여할 이유가 없다는 주장이다.
임 회장은 "각 지역에서 시행되고 있는 어린이 건강 관리 모델을 굳이 시청 차원에서 추진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인센티브 지급 액수도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는 "보건소가 관리하는 인센티브 지급 방식은 서울시가 추진한 시민건강 포인트 시범사업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며 "포인트 시범사업의 시행이 1년이 지났지만 참여 의원이 100여곳에 불과할 정도로 실패했기 때문에 이번 주치의 제도도 비슷한 길을 걷게 될 것이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