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명근 전 건국대병원 흉부외과 교수와 건국대병원이 '종합적 대동맥 근부 및 판막 성형술(CARVAR)'을 받고 사망한 환자의 유족에게 5000여만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그러나 법원은 환자가 송 교수에게 받은 수술은 카바수술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는 모호한 입장을 취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15부(재판장 한숙희) 카바수술을 받고 일주일 만에 사망한 길 모 씨 유족이 송명근 전 교수와 건국대학교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내렸다.
법원은 송 교수와 건국대병원 측의 손해배상 책임을 30%로 제한하고, 유족 측에게 500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했다.
유족 측은 길 씨가 수술 적응증에 해당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카바수술을 시행했으며, 이 때문에 수술 후 부작용인 급성 장간막 동맥폐색 위험성이 증가했다고 주장했다.
또 길 씨가 수술 후 복통을 호소했음에도 병원 의료진은 원인을 정확히 진단하지 않고 보존적 치료만 시행해서 환자를 사망에 이르게 했다는 것이 유족의 주장이다.
법원은 인제대 서울백병원, 중앙대병원, 삼성서울병원의 진료감정촉탁 및 사실조회 결과를 인용해 유족의 주장 중 수술 후 급성 장간막 동맥폐색 진단 및 처치가 부족했다는 부분만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의료진은 길 씨의 복부 통증 원인을 제때 진단하지 못하고 급성 장간막 동맥폐색에 대한 치료를 지연한 과실이 있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의료진의 과실과 길 씨 사망 사이에 상당한 관계가 있다"고 판시했다.
송명근 교수가 수술 적응증에 해당하지 않는 환자에게 안전성, 유효성이 미흡한 카바수술을 시행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모호한 태도를 보였다.
재판부는 "길 씨에게 나타났던 증상이 수술 적응증 기준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보이기는 하지만 길 씨는 수술 전 복합적인 증상을 보였으므로 적응증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길 씨가 받은 수술은 섬유링을 이용한다는 점에서 카바수술과 일부 공통점이 있기는 하지만 판막성형방법 등에 차이가 있어 카바수술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판결문을 받아든 원고 측 변호인은 "법원은 병원과 송 교수 측 손해배상책임을 30%로 제한하긴 했지만 기왕치료비 1702만원을 모두 인정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치료비 안에 카바링값 등이 모두 들어있다. 수술이 잘 됐으면 치료비를 병원에서 돌려줄 필요가 없는데 이를 다 인정했다는 것은 잘못됐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