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강후랑최전랑(長江後浪催前浪). 중국의 3대 격언서 중 하나인 '증광현문'(增廣賢文)에 나오는 말로, 장강의 뒷물결이 앞물결을 밀어낸다는 뜻이다.
이번 공보의 회장 선거가 딱 그랬다. 회무 경험이 전혀 없는 '패기'가 '경험'을 밀어냈다.
지난 22일 실시된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 회장 선거에서 기호 2번 백동원, 장효주 후보가 당선됐다.
4년만의 경선이다 보니 투표 참여율도 높아졌다. 1978명의 유권자 중 526명이 참여해 26.6%의 투표율을 보였다. 비율은 낮지만 투표 참여인원 숫자만 비교하면 지난해 선거보다 4배 이상 늘어났다.
양 후보진들 모두 현재 공보의들에게 가장 시급한 현안의 해결을 내세웠다.
기호 1번 김진환 회장·박근열 부회장 후보는 ▲무분별한 예방접종 문제 ▲열악한 공보의 환경 개선 ▲공보의 제도개선 TF 진행 등을 공약으로 제시한 반면, 백·장 후보는 공보의들의 의견 수렴을 위한 지역 네트워크를 강화해 이를 정책에 반영하겠다는 점을 내세웠다.
치열한 공약전에도 불구하고 이번 대공협회장 선거를 결정지은 것은 경험 대 패기의 승부였다.
1번 김진환 후보는 지난해 지역 공보의협회 대표를 맡으며 대공협 TF에까지 참여한 경력을 가지고 있다. 특히 보건복지부 중앙배치기관 공보의협의회 대표, 대공협 중앙상임이사, 공보의제도개선TF 준비위원까지 맡고 있다.
반면 2번 백동원 후보는 수련을 마친 후 현재 경상남도 진주시 대평보건지소에서 근무 중인 '뉴페이스'이다.
경력과 인지도의 열세에도 불구하고 백·장 당선인은 전체 526명 중 321표(61%)를 획득했다. 투표인원 10명 중 6명이 '안정'보다는 '변화'를, '경험'보다는 '패기'를 선택한 것. 패기의 백·장 후보가 내세운 변화의 바람이 유권자들의 관심을 집중시킨 것이다.
백 당선자는 "대공협 선거가 많은 관심을 끄는 부분에서 떨어지는 면이 있었는데 경선을 하다보니까 관심이 커졌다. 관심이 계속 이어지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부터는 백·장 당선인이 자신들의 공약을 어떻게 실천할 것인가가 관건이다.
백동원, 장효주 당선자는 핵심 공약으로 공보의 의견수렴기구 개설, 투명한 회계를 내세우고 있다.
각 시, 군 대표 및 도 대표와 유기적이고 체계적인 연락체계를 구성해 회원들의 민원이 최종적으로는 중앙으로 집중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백 당선자는 "한달동안 업무에 대한 인수인계를 받은 후 집행부를 꾸리면 어떤 방식으로 운영할 지 등 의견수렴기구 만들기 작업을 가장 먼저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집행부 회계자료 공유도 의견수렴기구의 연장선상에 놓여있다.
백 당선자는 "회원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것이 바로 내가 낸 돈이 어떻게 사용되는지 여부다. 반기마다 대의원 회의를 열어 회비 쓰임 방향을 정해 공시하고 의견수렴기구를 통해 회원에게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회원 복지 향상 및 처우 개선…수당지급, 연가재도 개편 등
백 당선자는 출마를 선언하며 회원들의 근무현황을 조사해 미지급되고 있는 공무원 수당을 파악해서 지급되도록 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공무원 수당에는 휴일근무수당, 위험근무수당, 특수지근무수당, 여비 등이 있다.
복지포인트를 못 받고 있는 회원들을 위해서는 인사혁신차장과 면담을 해 공보의의 사정을 설명하고 차별받지 않도록 요청하겠다고 했다.
연가제도 개편도 중점적으로 내세운 공약이었다.
공보의 1년차 연가일수를 현재 6일에서 9일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공보의도 공무원 신분인만큼 공무원 복무규정에 맞도록 바꿔야 한다는 복안이다.
백 당선자는 "1년차의 연가일수를 9일로 바꾸고, 현재 공보의들은 잃어버렸던 3일을 2, 3년차 때 나눠쓸 수 있도록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백 당선자는 "대공협 선거가 관심을 끄는 부분에서는 떨어지는 면이 있었는데 경선을 하다보니까 관심도도 높아진 것 같다. 회원들의 관심과 참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미래사업…공보의제도 TFT 유지 및 기본급 인상
현 집행부가 시작한 업무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공보의제도 TFT가 그것이다.
불합리한 예방접종 제도, 기존 신규 공보의 배치를 받지 못했던 지소의 새로운 신규 공보의 배치 금지, 해외의료와 같은 새로운 업무 개발, 복무기간 단축 등을 TFT에서 논의할 예정이다.
기본급 인상은 장기적인 사업으로 바라보고 사회적 공감대 형성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장효주 당선자는 지난 12일 열렸던 정견발표회에서 "낮은 급여는 공보의 근무 만족도를 떨어뜨리는 가장 큰 원인이다. 아르바이트, 리베이트와 같은 유혹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은 기본급을 인상하는 것이다. 임기 1년 안에 실현 가능하다 답하기는 힘들지만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면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