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멸균기업체 ‘한신메디칼’(회장 김정열)이 꿈의 미국시장 진출을 위한 구부능선을 넘었다.
한신메디칼 김정열 회장은 26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국내 멸균기업체 최초로 고압증기멸균기 챔버(Chamber·압력용기)에 대한 미국 ASME(American Society of Mechanical Engineers·미국기계학회) 규격인증을 획득했다고 밝혔다.
ASME는 세계적 권위의 비영리 표준개발기관으로 제품 설계, 구매, 제작, 검사시험, 설치에 관한 품질보증 시스템 운영 전반에 대해 심사 후 적합성이 인정되면 ASME 스탬프(Stamp)를 부착할 수 있는 권한 및 인증서를 부여한다.
특히 ASME 인증은 미국 FDA 허가 획득을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필수불가결한 요구사항.
김정열 회장은 “의료용 멸균기에 사용하는 압력용기는 폭발 등의 위험이 항상 존재하기 때문에 안전성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많은 실패를 거듭한 끝에 국내 최초로 ‘무용접 압력용기’를 개발, 지난해 5월 까다로운 ASME 규격 인증을 최종 획득했다”고 설명했다.
ASME 규격 인증은 좁은 내수시장과 동남아·유럽을 넘어 전 세계 의료기기시장의 50%를 차지하는 미국시장 진출에 대한 한신메디칼의 확고한 의지와 노력의 결과.
인증 획득까지의 과정은 결코 녹록치 않았다.
ASME 코드집이 규정한 압력용기에 필요한 원자재 규격, 용접, 재질, 비파괴검사는 물론 최종 테스트에 이르는 까다로운 검사를 일일이 거쳐야 했다.
특히 한신메디칼이 국내 첫 개발한 무용접 압력용기는 고압·고온의 멸균기 안전성 확보와 내구연한 확대에 획기적인 이정표를 제시한다.
멸균기 압력용기는 스테인레스 303(SUS303) 소재 3피스 구조로 용접해 제작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용접 부위가 많으면 압력에 의해 용접이 잘못됐을 때 누수 소지가 있고, 또 고온이 가해지면서 용접 부위에 녹이 발생하고 틈새가 벌어져 내구연한이 짧아지는 한계성이 있다.
반면 한신의 무용접 압력용기는 스테인레스 303보다 부식에 강하고 비용 또한 약 50% 비싼 스테인레스 316L(SUS316L)을 사용, 1피스 구조로 제작해 멸균기 안전성을 한층 높였다.
김 회장은 “무용접 압력용기는 해외에서 개발한 업체가 몇 곳 있지만 국내에서는 한신메디칼이 처음”이라며 “많은 실패를 거듭했지만 전 세계 50% 시장을 차지하는 미국 진출을 위한 마지막 수단이라는 생각으로 지난 3년간 약 10억 원을 투자해 제품을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한신메디칼은 ASME 인증으로 FDA 허가 획득과 미국시장 진출에 한층 속도를 낼 전망이다.
현재보다 2배 이상 매출 확대는 물론 내수와 해외매출 비중을 7:3에서 5:5로 조정해 회사의 안정적인 성장 기반을 다지겠다는 복안이다.
김 회장은 “올해 안에 FDA 허가 획득을 마무리할 계획”이라며 “이미 진출한 유럽시장을 통해 기술과 품질경쟁에는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시장은 제품이 아무리 좋아도 가격이 싸야 팔 수 있다”며 “제품을 대량생산해 비용을 낮추는 것이 가능한 만큼 가격경쟁력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정열 회장은 병의원에서 가장 필수적인 의료기기 멸균기에 대한 인식과 제대로 된 품질 평가를 위한 제도개선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멸균기는 하찮은 기계 같지만 가장 까다로운 의료기기라고 강조했다.
일반적인 의료기기는 화상을 일으키는 열이 발생하거나 압력을 이용하거나 용접을 할 일도 없는 반면 멸균기의 경우 고압·고온과 용접검사까지 받아야한다는 것.
더욱이 건강보험 급여도 되지 않아 병의원 입장에서는 품질이 우수하고 멸균기능이 검증된 제품보다 단순히 가격이 싼 장비를 살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김 회장은 “의사가 환자를 치료하는 것은 결국 몸 안에 있든 밖에 있든, 아니면 공기 중에 있든 세균을 죽이는 것이 아니겠냐”며 “단지 건강보험 급여가 안 되고 기본 장비라는 이유로 멸균기의 중요성을 간과하는 것 같아 아쉽다”고 토로했다.
마지막으로 허술한 멸균기 품질관리에 대한 쓴 소리도 잊지 않았다.
실례로 일반적인 의료기기는 내구연한이 있어 일정 기간이 지나면 검사를 받고 필증 등을 통해 사용여부를 결정한다.
반면 멸균기는 내구연한 기준 자체가 없다보니 사후 검사제도 또한 부재하다는 게 김 회장의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