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림대 한강성심병원, 관동의대 제일병원, 건양의대 김안과병원.
이들은 공통점이 많다.
일단 3개 병원 모두 의과대학을 끼고 있으며 화상, 주산기, 안과 등 각 분야에서 전문성을 인정받고 있는 의료기관이라는 점도 공통적이다.
여기에 얼마 전 공통점이 한가지 더 추가됐다. 보건복지부가 지정한 2주기 전문병원 간판을 획득했다는 점이다.
이미 각 분야에서 인지도를 굳힌 병원들이 뭐가 부족해서 전문병원에 신청했을까.
게다가 얼마 전 한국병원경영연구원이 발표한 병원경영·정책연구 최근호에서 전문병원협의회 정흥태 회장이 발표한 보고서 내용을 살펴보면 이들 병원의 행보는 더욱 의아해진다.
정 회장이 발표한 전문병원 1주기 지정 병원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결과 보고서를 요약하자면 이름을 알리는 데에는 효과가 있었지만 실속은 없었다는 내용이었다.
다시 말해 전문병원 지정을 받고 병원 홍보는 용이해졌지만, 외래 및 입원 환자 수는 물론 진료수입에 전혀 변화가 없었다는 것이다.
위의 병원 3곳은 이미 각 분야에서 명성이 높은 의료기관으로 인지도 측면에선 아쉬울 게 없을 터. 도대체 이들 병원은 당장 환자 수나 진료수입도 상관없는 전문병원 간판 따기에 왜 나섰을까.
이를 두고 전문병원계 일각에선 "그래도 대학병원 타이틀이 있는 병원인데 다른 병원과 형평성에 맞는 지 헷갈린다"며 볼멘 소리가 새어나오기도 한다.
문득 한 내과 개원의가 떠올랐다.
그는 "요즘은 한치 않을 내다볼 수가 없다. 불안한 미래를 위해 주말마다 이 학회 저 학회를 떠돌며 하나라도 더 배워두고 인증의 자격증 하나라도 더 획득하려고 한다"고 한숨섞인 푸념을 털어놨다.
그의 불안감을 보여주듯 진료실에는 다양한 분야의 인증의 자격증을 내걸어 있었다. 인증의 자격증을 통해 환자 수가 증가했다는 객관적인 지표가 중요하지 않았다.
위의 병원들의 속사정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보건복지부가 수년 째 내걸고 있는 전문병원에 대한 인센티브를 기대하고 있을 수도 있고 혹시라도 도태되는 게 아닐까 하는 불안감의 결과물일 수도 있다.
우수한 전문병원이 늘어난다는 점에는 두 손들어 환영하지만 그 속사정을 곱씹어보면 씁쓸함이 남는 건 어쩔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