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가 동네의원을 찾았을 때, 접수 데스크에서 흔히 듣는 3단 질문이다. 초진, 재진에 따라 대화 내용이 한두 마디 더 늘어나는 수준에서 대화는 마무리 된다.
이같은 대화만 오가는 환자와 병원의 관계에서는 라뽀(rapport)를 기대하기 어렵다.
이런 관계에서는 의사가 환자에게 건강을 위해 성인백신을 접종해야 한다고 권유해봤자 '이 의사가 돈 벌려고 나한테 비싼 접종을 권유하는 게 아닐까'라는 눈총만 받기 십상이다.
삐딱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환자를 극복하기 위한 의사들의 적극성도 필요하지만, 환자와 가장 먼저 만나는 간호사, 간호조무사 등 간호인력의 협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메디칼타임즈는 간호사가 예방백신 접종 서비스에서 어느 정도의 역할을 하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한 모니터링 조사를 실시했다.
지난해 하반기 서울, 인천, 경기도 지역에서 예방접종을 하는 의원 50곳을 대상으로 55~65세 요원 3명을 선발해 환자로 가장시켜 두 번에 걸쳐 이들 의원을 방문했다. 모니터 요원들은 예방접종, 서비스 수준, 전화응대 부분으로 나눠 의료진의 태도를 살폈다.
조사 결과 세 가지 부분 중 예방접종에 대한 의료진의 대응이 가장 미숙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의사의 예방접종 관련 상담 및 권유의 적극성보다 간호사의 응대성, 상담 전문성 및 적극성이 부족했다. 의사에 대한 만족도가 5점 만점에 4점이었다면 간호사의 상담전문성과 적극성에 대한 만족도는 3.7점, 3.4점에 그쳤다.
모니터 요원들은 특히 간호사들이 부작용 및 접종과정, 접종 필요성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고 환자가 물으면 대답하는 수동적 응대 수준을 보이고 있었다는 평가를 했다.
또 간호사들이 예방접종 설득 정보 활용, 정보 공유, 이해도 점검 등의 노력을 하지 않는다고 봤다.
간호사도 의료인력이다. 의료인이 환자에게 백신 접종을 권하면 접종률도 올라가는 만큼 간호사의 활약이 백신 접종에서는 핵심이다.
▲하이큐홍내과, 환자와 신뢰 바탕으로 의사-간호사 팀플레이
그런 의미에서 인천 서구 하이큐홍내과 의원은 간호사와 의사의 팀플레이가 잘 이뤄지고 있는 대표적인 곳이라고 할 수 있다. 간호사의 적극적 상담에 더해 의사가 환자와의 신뢰를 바탕으로 백신의 중요성을 이야기하고 있다.
하이큐홍내과 의원 문을 열고 들어가면 작은 블랙 보드에 알록달록 쓰인 예방접종안내가 가장 먼저 눈에 띈다. 대상자에 따라 맞아야 하는 백신들이 적혀 있다.
블랙 보드를 지나 맞닥뜨리는 접수데스크. 백신 가격이 구체적으로 나와 있다. 한쪽에는 대한감염학회의 권고안을 바탕으로 자체 제작한 성인필수 예방접종 항목과 주기표 보기쉽게 게시하고 있었다. 대기실에는 백신에 대한 홍보물이 자리하고 있다.
여기까지는 백신 접종 서비스에 조금만 신경 쓴다면 어느 의원에서나 쉽게 할 수 있다.
하이큐홍내과에는 조금 더 특별한 것이 있다. 바로 접수를 받는 간호사의 태도다. 김명래 간호사는 3단 질문에서 탈피한 대화를 하고 있었다. 덕분에 지난해 성인백신 관련 수입도 직전년도보다 약 5배 늘었다.
그는 재진 환자에게는 질환 특성에 따라 예방접종이 필요하다는 것을 먼저 권했다. 예방접종에 관심을 보이고 묻는 환자들에게는 단순히 "맞으면 좋다"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전문적인 지식을 전달했다.
이는 하이큐홍내과 홍광일 원장의 '직원도 전문성을 가져야 한다'는 철학과 연관 있다.
그는 "직원들이 전문가적인 프라이드를 갖는 것은 의원 운영에서 하나의 구심점이 된다. 일주일에 한 번씩 미팅을 통해 직원 교육을 하고 있다. 내시경실, 백신 상담 등 관련 외부 교육도 받으라고 적극적으로 권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김명래 간호사도 지난해 하반기에 있었던 '성인예방백신 전문클리닉 심포지엄'에 참석해 예방접종에서 간호사의 역할 등에 대해 교육을 받았다.
김 간호사는 "환자가 문의했을 때 적극적으로 필요한 부분에 관해 이야기 할 수 있어 응대력이 늘었다"며 "전문적인 지식을 습득할 수 있는 교육이 많이 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접수 단계에서 간호사의 설득 과정이 끝났으면 이제는 의사 차례.
홍 원장은 "의사 입장에서 환자에게 예방백신을 권할 때는 정확한 정보 전달이 중요하다. 관심이 없는 사람에게 선전하듯이 무턱대고 권하는 게 아니고 환자와 의사 사이에 신뢰가 바탕이 돼야 한다. 그리고 환자가 맞았을 때 득을 본다는 생각이 들도록 효과, 비용절감 등에 대해서 정확히 전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