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대 한의대 3학년 학생은 1년 동안 매주 1시간씩 '방사선학(영상의학)' 교육을 개원 한의사에게 받는다. 총 시간으로 환산하면 32시간이 된다.
같은 K대 의대는 본과 2학년 1학기에 '영상과 검사의학' 수업을 개설하고 있다. 12일 현재 공개된 개강 첫째주 시간표를 보면 영상과 검사의학 수업 시간은 4시간이다. 수업은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진행한다. 4학년 1학기에는 실제 병원에서 1~2주 동안 하루에 10시간 30분씩 '영상의학 실습' 교육을 받는다.
첫주 4시간의 수업이 한 학기 내내 이뤄진다고 가정했을 때 의대생들은 한 학기에만 64시간의 교육을 받는다. 여기에 실습 교육 시간까지 더하면 시간은 더 늘어난다.
한의계가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 근거로 드는 한의대 교육이 의대와 양적인 면에서 확연한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원 한의사 4명이 1년 동안 매주 1시간씩 영상의학 교육을 하고 있었고 이들이 발표한 논문은 다섯 손가락에 꼽힐 정도다.
대한의사협회는 12일 K대 한의과대학 홈페이지 등에 공개된 자료를 확인해 교과 과정과 교수진을 공개했다. 방사선학(영상의학), 진단검사의학, 병리학, 응급의학 등 현대 의학 관련 교과목의 교수들이 대부분 한의사였고. 의사 면허도 없었다 한의과 대학에서 근무하는 교수진도 아닌 객원교수 신분의 개원 한의사였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K대 한의대는 6년의 교육과정 중 '방사선학'을 3학년 때 일주일에 1시간씩 4명의 개원 한의사가 수업을 진행한다. 이들은 한방초음파장부형상학회 임원이나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논문 검색사이트에서 이들의 이름을 검색해보면 B한의원 원장 2명의 이름을 합쳐서 총 3편의 논문이 나왔다. 2012년 9월에 발표한 논문이 가장 최신이었고, 주제는 초음파 검사를 시행한 자궁근종 환자 258명의 사상 체질 의학적 분포 연구였다.
경기도 N한의원 원장 역시 2건의 논문만 나왔으며 2007년 대한본초학회지에 발표한 논문이 가장 최근이었다.
경기도 P한의원 원장은 4건의 논문이 검색됐지만, 방사선학 강의를 하고 있음에도 영상의학관련 논문이 하나도 없었다. 기질성 우울장애가 혼재된 우울증 환자 1례,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로 진단받은 고관절 통증 1례에 대한 증례보고 등 모두 증례보고 내용이었다.
대한한의사협회는 현대의학 교육을 한의사가 한다는 것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한의협 관계자는 "한의대에서 영상진단학 관련 강의를 시작한 게 20~30년이 돼 간다. 한의계 내부에서도 전문성을 갖춘 사람들이 나왔다고 봐도 되는 시간이다. 의대 교수 한의대 출강금지를 요청 공문을 보내놓고 교육 과정을 지적하는 것은 트집 잡기"라고 주장했다.
한의계의 주장에 영상의학과 전문의들은 교육의 양 뿐만 아니라 질도 다르다며 비판했다.
한편, 한의대 커리큘럼을 접한 D대학병원 영상의학과 교수는 "의대도 본과에 들어가면 영상의학과학 과목이 있긴 하지만 모든 교육 과정에서 영상진단이 접목돼 있어서 교육 시간을 따로 계산할 수가 없을 정도"라며 "이론적인 교육과 함께 약 1~2주 실습도 하고 있다. 한의대가 교양 수준으로 진행하는 것과는 질적으로 다르다"고 단언했다.
대한영상의학과개원의협회 관계자도 "의사들은 의대 교육 과정에 더해 인턴, 레지던트 과정을 거치면서 5년을 더 공부한다. 시간으로만 환산해도 수만시간에 달한다. 그럼에도 X레이나 CT를 볼 때 혹시나 실수는 하지 않을까하는 마음이 들어 신중에 또 신중을 기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