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장 선거 분위기가 좀처럼 달아오르지 않고 있다. 아니 오히려 미지근한 느낌이다.
5명의 후보는 구의사회 정기총회, 의대 졸업식 등 각종 행사장을 땀나게 찾아다니며 의사 회원들에게 눈도장을 찍고 있지만 정작 의심(醫心)은 시큰둥해 보인다.
메디칼타임즈는 서울시 25개구 정기총회가 막바지에 다다른 26일, 구의사회에 참석한 의사회원들을 상대로 의협회장 선거에 대한 속마음을 들어봤다.
의협 회장 후보가 누구인지도 모르는 의사들이 속출했다. 선거권이 있는지도 따져보지 않고 있었다.
임수흠(기호 1번·59세·서울의대), 추무진(기호 2번·55세·서울의대), 조인성 후보(기호 3번·51세·중앙의대)는 시도의사회장직을 겸하고 있는 회장 후보들이라 구의사회 정기총회장에서 축사할 수 있는 '기회'가 있지만, 천편일률적인 인사말만 반복하고 있어 회원들의 눈길을 좀처럼 사로잡지 못하고 있다.
한 구의사회에서는 후보가 인사말을 하는 도중 공약에 집중하기보다는 간만에 만나는 동료 의사들과 술잔을 나누는 장면이 여기저기 포착됐다.
강남구의사회 한 회원은 "의협 회장 선거에 참여할 예정인가"라는 질문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는 "회장이 누가 되도 달라지는 것은 없지 않나. 회장 후보로 누가 나왔는지도 모른다. 회비도 구의사회비만 내고 의협 회비는 내지도 않았다"라고 털어놨다.
강남 모 성형외과 원장도 "회비를 안 내서 (투표) 자격이 없을 것이다. 정확하게 확인하진 않았지만 자격이 된다고 해도 투표를 해야겠다는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이전 집행부에서 총파업이라는 투쟁의 최후 카드까지 모두 꺼내 쓰는 바람에 새 집행부에 거는 기대감이 없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금천구의사회 한 회원은 "집회도 해봤고, 파업도 해봤는데 이보다 더 강한 투쟁 수단이 있을까 모르겠다. 있다해도 참여하고 싶지 않다. 원격의료도 결국에는 시범사업에 돌입했고, 규제 기요틴을 저지한다 해도 개원가의 살림살이가 나아질 것으로 보진 않는다"라고 꼬집었다.
이처럼 의협회장 선거에 무관심한 민심은 26일 확정된 선거인명부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유권자는 지난해 보궐선거 때보다 8300여명이 늘었지만, 온라인 투표를 신청한 인원은 400명 이상 줄었다.
지난해 보궐선거는 전체 유권자 3만6083명 중 28.96%가 참여해 역대 최저 투표율을 기록했다.
익명을 요청한 의료계 관계자는 "올해도 1만명 내외에서 투표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한다"며 "솔직히 전체 의사 수를 감안할 때 대표성을 운운하기 조차 부끄러운 참여율이다. 하지만 이런 현상이야말로 의협을 바라보는 민초의사들의 진심"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의협 선거가 그들만의 리그가 돼선 새 집행부에 대한 기대치가 생길 수도 없고 정책을 추진하기 위한 힘을 받기도 어렵다"며 "그러나 판에 박힌 선거가 되풀이된다면 회원들의 마음을 얻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