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이 중동 의료시장에 뛰어든 지 9개월째. 현장에 투입된 국내 의료진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메디칼타임즈는 지난 2일, 성명훈 UAE왕립병원장(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과의 서면인터뷰를 통해 현지의 사정을 들어봤다.
서울대병원은 지난해 6월 아랍에미리트(UAE) 왕립 쉐이크 칼리파전문병원 위탁 운영권을 획득한 이후 최근 공식 개원식을 열고 본격적인 진료에 돌입했다.
3월 중에 응급실이 오픈예정이며 4월 중으로 뇌신경센터, 안과, 이비인후과 등 외래까지 문을 열면 병원이 풀가동된다.
서울대병원 의료진이 UAE왕립병원에 투입된 것은 지난해 7월, 성명훈 병원장은 지난 9개월간 살인적인 스케줄을 소화하며 무사히 개원식을 개최하는 등 연착륙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UAE왕립병원장으로 파견된 성명훈 교수가 바라 본 아랍에미리트 의료현실은 한국과 큰 차이가 있었다.
특히 그는 의료진의 진료 시간에서부터 변화를 크게 느꼈다고 했다. 애초에 외래환자 초진 45분, 재진 15분 간격으로 예약 일정을 잡는다.
2~3분 진료에 불과한 국내 대학병원 진료 스케줄과는 크게 다르다.
또한 의료장비 및 시설 등 한국 어느병원도 쉽게 따라갈 수 없는 높은 수준을 갖추고 있는 반면 의료진은 부족하기 때문에 한국 의사들에게는 상당히 매력적인 근무환경인 셈이다.
그는 "환자를 끝까지 책임지고 치료하려는 의욕적인 의료진을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어 의료인력의 상당 부분을 해외 의료기관에 의존하고 있다"면서 "한국 의사가 활동하기 좋은 환경"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외래진료를 시작한 지 5개월 째, 현재까지 외래환자 수는 약 700여명. 지난해 12월부터 입원실을 가동한 후 약 50여명이 입원했다.
지난 1월에는 개심수술 2례, 폐절제수술 1례를 성공적으로 진행했으며 2월에는 처음으로 유방암 수술을 실시하는 등 중증도 높은 수술을 하나둘씩 늘려가고 있다.
현재 UAE왕립병원에 투입된 인력은 약 170여명(의사 32명, 간호사 71명)으로 2개월 이내로 20명의 인력이 추가로 합류할 예정이다.
이들이 개원을 준비하는 데 있어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보다 의사소통.
한국에선 '빨리 빨리'를 외치며 속도를 낼 수 있던 일도 문화가 다른 아랍에미리트에선 통하지 않았다.
성 병원장은 "개원 일정에 맞춰 장비를 준비하고 공사를 동시에 진행해야 하는데 생각처럼 빠르게 진행되지 않아 어려움이 있었지만, 수개월간 호흡을 맞추며 이해의 폭이 넓어졌고 간극을 많이 좁혔다"고 전했다.
하지만 의료진을 비롯해 현지에 파견된 직원 상당수는 기후와 문화적 차이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환경에 즐거워하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파견 직후 현지에서 집을 구하기 전까지 모두 같은 숙소에 머무는 기간이 있었는데 함께 출퇴근을 하다보니 유대감도 생기고 마켓이나 맛집 등 정보를 공유하면서 일상의 소소한 행복을 느끼고 있다고.
그는 "무엇보다 병원이 위치한 '라스 알 카이마'는 아랍에미리트에서 대표적인 휴양도시로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갖추고 있는 덕분에 직원들도 바닷가 주변에 주거지를 잡고 현지 생활에 상당히 만족하고 있다"고 했다.
무엇보다 이를 계기로 한국의료에 대한 이미지를 크게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현지에서 국내 의료진에 대한 신뢰도는 돈으로 살 수 없는 자산. 실제로 지난 1월 급성심근경색환자 수술 성공 소식이 현지 언론을 통해 보도되면서 환자들의 기대감이 더욱 높아졌다고.
성 병원장은 "암, 심장질환, 뇌신경질환 등 고난이도 수술에 중점을 두고 중증질환 치료를 위해 더 이상 해외로 나갈 필요없이 현지에서 치료받을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며 "성공적인 개원은 한국의 우수한 의료기술을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어 "한국하면 휴대폰, 자동차, 건설 등을 떠올리던 사람들이 이제는 '우수한 병원'의 이미지도 함께 갖게될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