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과 이달 당뇨병치료제 급여 기준이 대폭 확대되면서 상당한 처방 패턴 변화가 예고된다." (A대학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의료진들이 당뇨병약 보험 확대를 환영하면서도 동시에 씁쓸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급여 기준에 따라 '좌지우지'되는 본인의 처방 패턴 변화 때문이다.
9일 의료계에 따르면, 2월과 3월 당뇨병약 급여 기준 대폭 확대되면서 설포닐우레아(이하 SU) 약물들의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인슐린과 병용 급여 가능한 경구제에 DPP-4 억제제가 합류하면서 많은 의료진이 메트포르민을 베이스로 한 인슐린+SU 조합을 인슐린+DPP-4 억제제로 바꾸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내분비내과 의료진들은 급여 확대를 반기면서도 이제서야 인슐린과 DPP-4 억제제를 자유롭게 쓸 수 있는 현실에 씁쓸함을 보였다.
A병원 교수는 "최근 당뇨병약 급여 기준 확대로 처방 패턴이 상당수 바뀔 것이다. 그러나 반대로 생각하면 급여 기준에 의사 처방이 좌지우지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뭔가 순서가 뒤바꼈다"고 토로했다.
B병원 전문의도 "인슐린+DPP-4 억제제 유용성은 이미 세계적으로 입증된 부분이다. 하지만 급여가 안돼 메트포르민+DPP-4 조합을 쓰던 환자에 인슐린을 쓰려면 DPP-4를 빼고 SU를 넣어 메트포르민+SU+인슐린을 처방하는 웃지 못한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의사 판단보다는 급여 기준에 휘둘리는 느낌"이라고 안타까워했다.
병 키우고 한국 데이터 실종케 하는 급여 기준
의료진들은 미국, 일본 등 의료 선진국과 비교했을 때 제한된 급여 기준은 더 좋은 약을 제때 못써 병을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실제 현장에서 최신 지견보다 급여 기준을 반영한 처방은 한국 실생활 데이터 부족이라는 결과로 나타난다고 털어놨다.
일례로 2012년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진행한 일명 CSI 임상은 인슐린과 자누비아 A조합과 인슐린 용량 증대 B군을 비교한 세계 최초의 시도였다.
여기서 A조합은 B군에 비해 혈당 변동성 및 저혈당 감소는 물론 인슐린 사용량을 줄여주는 유의미한 결과를 얻었다. 임상에서 기저 약물은 70%가 메트포르민이었다.
이 논문은 '자누비아' 개발사 미국 MSD가 한국에 찾아올 정도로 임펙트 있는 데이터였다. 하지만 국내는 이제서야 급여 기준이 풀려 인슐린+DPP-4 억제제를 자유롭게 쓸 수 있는 환경이 됐다. 한국 데이터를 쌓을 수 있는 기회가 없었던 셈이다.
B병원 전문의는 "잘 짜여진 임상에서 보여준 결과가 실생활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는 법은 없다. 그만큼 리얼 라이프 데이터가 중요하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국내 급여 기준이 상대적으로 의료 선진국보다 타이트해 임상 데이터를 축적할 기회를 주지 않는다. 특히 급여 기준에 따라 처방이 따라가는 주객전도 현상이 일상화되면서 기발한 아이디어가 있어도 실행(처방)에 못 옮기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아쉬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