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에 출마한 경험이 있는 사람으로서 이번 선거를 맞이하여 갖게 된 소감을 적어볼까 한다.
우선 이번 선거전에서 가장 독특한 점은 내게 누가 적임자인지를 묻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알아서 좋은 후보를 선택하니까 물어볼 필요가 없는 것인지 모르겠으나 실은 대부분은 선거권이 없거나 아니면 관심이 없어서 그럴 것이다.
유권자도 제한적이지만 워낙 투표율이 낮을 것으로 본다면 5분의 후보가 지지자들을 나누어 가져간다고 보면 혹자는 "대략 5000~6000 명 정도의 지지를 얻으면 당선되지 않겠느냐"라는 말을 한다.
그 정도 표야 얻겠지 하고 그리 어려운 일 같지 않지만 실제 선거를 치러본 사람으로서 실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왜냐하면 전국에 걸쳐있는 유권자를 짧은 선거 기간 동안에 만난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고 선거에 대한 유권자들의 관심이 매우 저조하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개원의는 특히 그렇지만 의사들이 모여서 일하는 집단이 아니기 때문에 발품을 팔아본들 하루에 만날 수 있는 유권자는 매우 제한적이며 더더욱 문제는 누가 유권자인지를 알 수가 없으니 자칫하면 하루 종일 만난 사람들의 대부분이 투표권이 없는 사람들일 수도 있다.
어딘가에 가서 자신을 알려야 하는데 낮 시간에는 모두들 일을 하고 있으니 유권자를 만나서 자신을 알린다는 것이 매우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진료 중에 있는 의사 선생님(유권자인지 아닌지도 모르면서)을 만나서 자신의 강점을 알린다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
유일하게 대면할 수 있는 경우가 집담회나 지역의사회 행사 때인데 이 또한 시간이 충분치도 않고 전국에 걸쳐있으니 효과는 미미할 수 밖에 없다.
결국 의사협회장 선거 운동은 온라인과 유인물 배포에 의한 홍보가 유일한 방법일 수 있는데 아쉽게도 대부분의 유권자가 보내주는 홍보물들을 제대로 보지 않는다.
결국 대개는 누군가에게 묻거나 아니면 풍문으로 들은 이야기들로 후보자를 선택하게 된다. 그러니 만일 그것도 재주라고 상대 후보에 대해 많은 악성루머를 퍼뜨릴 수만 있다면 그 보다 더 훌륭한 선거 운동은 없을 것이다.
확인할 방법도 없고 선거가 끝나고 나면 어찌할 방법도 없다. 억울하지만 선거가 끝나고 나면 진실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의사협회의 미래를 잘 이끌어 갈 훌륭한 지도자를 선택할 수 있을까?
한편 우리의 선거 방식은 우편투표와 온라인 투표를 병행하는데 이 두 방식 모두 문제가 있는 것이, 우편 투표의 경우 부정 선거가 발생할 소지를 배제할 수 없다.
우편투표의 경우 투표용지가 정확하게 유권자 개개인에게 전달돼서 제대로 투표행위가 이뤄진 것인지 확인할 방법이 없고, 공식적인 국가 기관의 투표 어디서도 아직은 보안상의 문제 등으로 인해 정식으로 채택하지 않고 있는 온라인 투표라는 것을 의사협회가 시행한다는 것에 상당한 불안감을 갖고 있다.
접속 지연은 물론이고 투표 과정을 검증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과연 이런 상황의 선거가 옳은지 모르겠다. 과거 그 누구보다도 의사협회장 선거는 직선제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 사람이지만 이런 식의 직선제라면 오히려 간선제가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 본다.
단, 간선제의 경우 선거인단을 직선으로 구성하는 경우 자칫하면 특정 세력들이 약진해서 소수의 정예부대로 인해 왜곡된 선거가 될 수 있기에 차라리 유권자 가운데 무작위로 선거인단을 선출해서 선거인단이 후보자들의 면면을 직접 살펴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해 본다.
하도 답답하니 이런저런 고민을 해 보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제도의 문제가 아니라 유권자의 관심이 아닐까 싶다.
어떤 후보자를 선택해야 할까? 한번도 성공한 적도 없고 아무리 봐도 가능할 것 같지 않은 투쟁을 부르짖는 사람은 선택하는 것이 옳은 일일까?
우리끼리의 주장을 투쟁구호로 외치면 모든 일이 해결되는 것일까? 원격의료 결사반대 한다고 외쳤지만 그거 외치느라 얻은 것은 없고 원격의료는 아무런 제지 없이 일사천리로 진행되지 않던가?
우리가 협조하지 않으면 투쟁이라는 그런 주장하는 후보가 과연 좋은 지도자일까? 이 시대가 원하는 시대정신에 맞는 비전을 제시하는 후보가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