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사에게 키닥터(KOL, Key Opinion Leader)는 소중하다. 그의 발언은 곧 처방으로 직결된다. KOL, 말그대로 해당 질환에 대한 권위자이기 때문이다.
키닥터는 언론 접촉이 잦다. 신약이 나오거나 새 임상이 나오면 키닥터는 그 의미를 설명하고 향후 처방 패턴의 변화를 짚어주는 단골손님이다. 이런 코멘트(Comment)는 기자간담회를 통해 전파되는 경우가 많다.
제약사 제품 기자간담회에 참석하는 키닥터는 한정적이다. 키닥터 중에서도 언론 노출을 즐기는(?) 교수가 있는가 하면 아닌 이도 있기 때문이다.
A교수는 유독 제약사 행사 참여가 잦다. 만약 같은 계열 약이 5개(제약사 5곳)라면 과장 좀 보태 4곳에 참석할 정도다. 동일 질환 약 다른 계열 약 행사에 참여하는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A교수 특징은 행사마다 제약사 맞춤별 어필을 대단히 잘 해준다는 점이다. 약에 대한 배경 지식이 많지 않고 그날 행사만 들은 기자들은 이 약이 세계에서 젤 좋은 약으로 착각할 정도다.
얼마전 행사에도 실제 처방 현장에서는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하는 약(이 질환에는 워낙 독보적으로 쓰이는 계열 혹은 계열이 존재한다)을 잘 띄워줬다. 이쯤되니 A교수를 립서비스 잘 하는 연예인이라는 소리도 나온다.
물론 식약처 허가를 받은 이상 쓸데없는 약은 없다. 속칭 '지는 약'이라도 어떤 환자에게는 잘 들을 수 있다.
하지만 분명 현장에서 선호되는 약은 있다. 가이드라인에서 권고 등급을 메기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B형간염치료제 중 초기 환자한테 바라크루드와 비리어드를 먼저 쓰라는 것과 마찬가지다.
기자는 예전에
'키닥터라면 소신 발언을 주저말자'는 수첩을 쓴 적이 있다. 제약사와의 이해관계가 없다면 현장에서 얻은 경험을 토대로 과감히 '이 약이 더 좋다'는 키닥터만의 소신은 가져야 된다는 줄거리였다.
하지만 A교수의 행태를 보면 제약사 어장관리를 하듯 이 약도, 저 약도 좋다.
물론 특정약을 선호하라는 약은 아니다. 하지만 처방 경험상 본인이 느끼는 최고의 약은 분명히 존재한다. 근거 중심을 토대로다.
키닥터. 다시 말하지만 관련 분야 권위자다.
이런 키닥터가 여기저기 행사를 옮겨다니면서 이 약도, 저 약도 좋다는 코멘트를 남발한다면? 과연 옳은 것일까.
이보다는 '되도록이면 이 약을 쓰되 이런 환자에게는 저 약도 고려될 수 있겠다'라는 키닥터다운 소신 발언이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