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 질환에서 유명한 대학병원 교수(Key Opinion Leader, KOL)와 인터뷰를 하다보면 종종 아쉬울 때가 있다.
보통 이런 경우다.
분명 인터뷰이(interviewee)는 신규 환자에 B보다 A 약이 좋다고 한다. 하지만 인터뷰 내용에 직접적인 상품명이나 성분명 거론은 곤란하다고 한다.
최신 지견 등으로 무장한 KOL이 본인의 견해를 당당히 밝히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
이유는 크게 두 가지였다. 특정 제약사와의 유착 관계를 의심받을 수 있고 자신과 다른 견해를 가진 의료진을 생각해야한다는 것이다.
이해는 했다. 하지만 수긍은 할 수 없었다. KOL은 말그대로 관련 분야를 이끌어 가는 리더 아닌가. 그렇다면 본인이 옳다고 생각하는 처방법을 더 적극적으로 알리는 게 맞지 아닐까. KOL과의 인터뷰를 끝내고 나면 종종 남았던 아쉬움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13일 제주 해비치호텔에서 열린 대한간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의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임영석 교수의 발표는 개인적으로 상당히 인상 깊었다.
주제는 '만성 B형간염치료제 내성 환자에 어떤 약제를 선택해야하는가'였는데 그는 주저할 것 없이 '테노포비어(상품명 비리어드)'라고 정리했다. 테노포비어가 없는 병용 요법은 의미가 없다고도 했다.
덧붙여 가장 강력한 조합으로 알려진 엔테카비르(상품명 바라크루드)와 테노포비어 병용도 테노포비어 하나만 쓰는 것과 별 차이가 없다고 했다. 서울아산병원 등에서 진행된 48주 국내 실제 환자 데이터를 기본으로 해서다.
압권은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48주가 충분하십니까 또 48주 이후 데이터가 역전될 가능성은 없습니까'라는 지적에 임 교수는 "질문하시는 분은 이 데이터가 바뀔 수 있다고 보십니까. 저는 절대 그렇게 보지 않습니다"라며 강한 소신 발언을 했다.
그러면서 현재의 B형 간염치료제 내성 환자에 대한 치료 지침이 전면적으로 재검토될 필요가 있다는 숙제도 던졌다.
한 분야의 리더격인 KOL.
특정 제약사와의 이해 관계가 없다면 더욱 소신 발언을 주저하면 안된다. 판단은 동료 의사들이 하면 될 일이다. 키닥터라면 본인이 옳다고 생각하는 견해를 끊임없이 당당히 쏟아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