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와 보호자에게 낙상 방지 교육을 하지 않았다며 5000여만원을 배상할뻔한 대학병원이 2심에서 승소했다.
낙상 방지 교육을 했다는 증거가 주요하게 작용했다.
서울고등법원 제17민사부(재판장 이창형)는 최근 '척추미추 경막외 주사시술'을 받은 후 낙상 사고를 겪고 사망까지 이른 환자의 유족이 H대학병원에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린 1심을 깨고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망인 B씨는 2013년 1월 허리, 대퇴부 통증으로 '척추미추 경막외 주사시술'을 받았다. 시술 후 B씨는 휠체어에 앉아 있다가 바로 옆에 있는 긴 의자에 눕기를 원했다. 그런데 긴 의자로 이동하던 중 다리에 힘이 풀려 그대로 낙상했다.
가슴CT 촬영 결과 대퇴부 경부 골절이 확인됐고, 약 열흘 후 인공관절 수술을 하기로 했다. 수술을 기다리던 사이 B씨는 호흡곤란을 호소했고 의료진은 복부 CT 촬영 결과 혈전으로 인한 장간막 폐색, 광범위한 소장 감염을 확인했다. 그러나 B씨는 색전증으로 인한 패혈성 쇼크로 결국 사망했다.
유족 측은 안전배려 의무 및 요양 방법 지도의무 위반, 낙상사고 후 후속 조치상 과실을 주장하며 H병원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유족 측은 "H병원은 당시 낙상고위험군이었던 환자와 보호자에게 낙상예방 교육을 하지 않았고 대퇴부 골절, 혈전에 의한 장간막 폐색에 대한 치료를 지연하거나 방치했다"고 밝혔다.
서울동부지방법원 제15민사부(재판장 김종문)는 서울법의학연구소의 사실조회 결과 등을 참고해 "H병원은 B씨의 낙상 위험 점수를 50점에서 60점으로 상향 평가하는 등 낙상고위험군 환자임을 알았다. 그럼에도 시술 전후로 주의사항을 고지하거나 낙상예방교육을 하지 않았다"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2심은 당시 주사 시술실에 있던 간호사의 증언과 낙상 교육 관련 증거들을 바탕으로 1심의 결정을 뒤집었다.
H병원 의료진은 환자 입원 당시 기본적인 낙상 방지에 관해 설명했다. B씨는 낙상고위험군 환자로 평가됐기 때문에 입원 당일부터 1일 1회 낙상위험사정도구평가 및 1일 3회 낙상예방고위험간호중재를 실시했다.
재판부는 "H병원 의료진은 B씨를 낙상고위험군 환자로 분류해 관리해왔고, 주사시술 전후로도 B씨와 보호자에게 시술 후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과 낙상의 위험성을 설명하고 주의사항을 고지했다"며 "시술 후 B씨의 상태를 주의 깊게 관찰하는 등 낙상에 대비한 최선의 조치를 취했다"고 판시했다.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B씨가 갑자기 휠체어에서 일어나는 바람에 미처 손쓸 겨를 없이 순간적으로 낙상사고가 발생했다. 이런 경우까지 예견하거나 예방할 수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