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9대 대한의사협회 회장 선거가 끝난지 불과 4일. 벌써부터 선거관리규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의료계 내부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일단 당선되고 보자"는 심리로 많게는 수십 건에 달하는 공약 내건 후보가 등장하는가 하면, 대규모 문자 발송으로 타 후보의 당락에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다는 하소연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선거의 관전평을 넘어서 의협 정기대의원총회에서 선거관리규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의료계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앞서 조인성 선거캠프는 동문을 빙자한 문자를 발송했다는 이유로 선관위로부터 총 9건의 주의나 경고조치를 받은 바 있다.
대한의사협회 선거에서 추무진-임수흠-조인성 후보는 각각 최종 득표 3285표, 3219표, 3139표로 초 박빙 접전을 벌였다. 1위와 2위, 3위의 차이는 고작 66표, 146표 차이에 불과했다.
서로 엇비슷한 유권자 층을 공략한 임수흠-조인성 후보나 이용민-송후빈 후보의 경우, 어느 한 쪽의 득세가 다른 후보에게 치명타로 작용했다고 볼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상황이 이렇자 과잉 선거운동이 후보들의 당락에 영향을 미쳤다는 조심스런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의료계 관계자는 "결과론적이긴 하지만 1위와 2위의 차이가 고작 66표라는 것은 한 끗으로 뒤집힐 수도 있었다는 것이다"며 "한 후보의 과잉 선거운동이 라이벌 후보의 표를 갉아 먹는다면 어부지리로 다른 후보가 당선될 수도 있는 것 아니겠느냐"고 비판했다.
그는 "의협 선거가 매번 경고나 주의조치와 같은 과잉 선거운동으로 시끄러워 진다면 의협 회장이 배출되도 대표성을 담보하기 어려워진다"며 "이제 의협의 선거도 선진화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국가중앙선거관리위가 선거 이후에도 중대한 선거법 위반에는 고발을 감행하는 것처럼 의협도 엄격한 선거관리규정을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 실정법 위반시 당선이 취소될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해야만 당락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과잉 선거운동이 사라질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는 "이번 4월 의협 정기대의원총회에서 선거관리규정의 엄격한 준수를 요청하는 개정안 상정을 강력히 요구하겠다"며 "중대한 위반에는 경고 누적없이 '원스트라이크 아웃'을 하도록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매니페스토(manifesto)' 제도의 도입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매니페스토란 각 공약마다 최소한의 실현 방법과 타당성, 기한 등을 명시하도록 하는 제도.
공약의 구체성과 실현 가능성, 지속 가능성을 명시해야만 남발에 가까운 백화점식 공약 나열이라는 고질적인 병폐를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제37대 의협 집행부에서 일했던 A 이사는 "계획없이 그저 입으로 공약을 만들어 표심을 얻으면 당선 이후 '아니면 말고' 식으로 나오게 된다"며 "의협 선거가 '정책 선거'가 되기 위해선 공약을 내걸기 전에 어떻게 실현할지 구체적인 계획을 같이 제공하거나, 제3자에 의한 정책 검증단 시스템도 고려해 볼만 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