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완호 원장은 이미 지난해 말 이 같은 안내문을 의원 입구와 접수 데스크에 붙여놨다. 그는 더 이상 노인 정액제에 얽매여 진료비 손해를 볼 수 없다는 결단을 내렸다.
노인 정액제는 65세 이상 노인이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외래진료를 받고 총 진료비가 1만5000원 이하면 일률적으로 1500원만 내고, 1만5000원을 넘으면 진료비 총액의 30%를 본인 부담금으로 내도록 하는 제도다.
김 원장은 "기본 물리치료는 표층열, 심층열, 전기치료 등 총 3가지가 기본이다. 올해 수가가 오르면서 3가지 물리치료를 다 하면 1만5200원이 나온다. 200원 때문에 진료비의 30%를 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보통은 표층열, 즉 핫팩찜질 물리치료는 서비스 차원으로 해주고 1만5000원이 넘지 않도록 비용을 맞춘다. 표층열 치료를 빼면 1만4700원이 된다. 결국 나라에서 주는 수가 500원을 스스로 포기하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주말에 65세 이상 노인 환자가 방문하면 토요가산제까지 더해져 1만7400원이 된다. 3가지 물리치료에다가 견인치료를 더하면 총액은 2만1600원이나 된다. 여기서는 500원을 빼도 1만5000원이라는 기준에 턱없이 모자라다.
김 원장은 지난해 말 더 이상은 안되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그리고 환자를 설득해보자는 결심을 했다. 수가 협상에 결과에 따라 새해부터 수가가 오르는 것을 대비해 연말부터 안내를 시작했다.
그는 "고민을 많이 했다. 수가는 매년 조금이라도 오르는 상황에서 비용을 계속 뺄 수도 없는 일 아닌가"라고 반문하며 "언젠가는 벽에 부딪힐 것이라고 생각했다. 초반에는 환자가 감소할 것까지 각오했다"고 말했다.
비용이 해가 바뀌면서 갑자기 올라가자 환자들은 역시나 반발했다. 그러나 그와 직원들은 노인정액제에 대해 친절하게 설명하는 정공법을 꾸준히 밀어붙였다.
한 달쯤 지나자 환자들이 돈을 더 받는다고 의사를 비판하는 게 아니라 정부 정책을 비판하며 의사와 함께 공감하기 시작했다.
대신 주말에는 더 비싸니 주 중에 방문한다거나, 일주일에 2~3번 오던 것을 한 번으로 줄인다든지 해서 현재 제도 안에서 치료비를 절감할 수 있는 방법을 환자들이 스스로 찾는 모습을 보였다.
김완호 원장은 "일찌감치 안내문을 붙이고 지속적으로 홍보를 한 게 주효한 것 같다"며 "본인부담 1500원이라는 비용이 10%, 20% 수준도 아니고 해가 바뀌었다고 300% 이상 증가하니 환자들의 불만은 당연히 크지 않겠나"라며 "말할 데도 없으니 의사를 붙들고 나라 정책을 비판한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국가가 65세 이상 노인 환자를 위해 만든 제도인데 현재는 복지 정책이 퇴행하고 있는 구조다. 총액을 높여서 노인 환자가 제대로 된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게 진정한 복지정책 아닐까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