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결정족수 미달로 정관 개정안에 한 번 물을 먹은 충남의사회가 이번엔 제대로 개혁 기조를 드러냈다.
대다수 시도의사회가 회장과 의장을 당연직 중앙대의원으로 선출한 것과는 달리 충남의사회는 의장마저 직선제로 선출하기로 의결했다. 사실상 당연직대의원 제도를 폐기하는 파격을 선보인 셈이다.
2일 충남의사회는 단국대병원 5층 대강당에서 임시대의원 총회를 개최하고 대의원, 회원 직선제, 의장 불신임 조항 추가 등 정관 개정 사항을 논의했다.
앞서 정기총회를 개최한 충남의사회는 직선제 바람을 의식한 듯 회장의 직접 선출 안건을 비롯해 ▲대의원 직선제 ▲의장 불신임 조항 신설 ▲의장 및 부의장의 중임 제한 ▲중앙회 대의원과 회장 겸직 금지 등 내부 개혁 방안을 총 망라했지만 의결 정족수 미달로 안건을 폐기한 바 있다.
이번 임시총회는 미완에 그쳤던 정기총회의 개혁적인 정관 개정안의 통과를 다시 한번 촉구하는 자리인 셈.
이날 이슈로 부상한 것은 "단 2015년 4월 26일부터 임기가 시작되는 대한의사협회 중앙대의원으로 본회 대의원 의장을 당연직으로 인정한다"는 내용의 부칙이었다.
다수의 시도의사회가 회장과 의장을 당연직으로 선출해 중앙대의원으로 파견하고 있다. 충남의사회는 회장을 대의원에서 제외하는 안건을 올려 대의원-회장 분리의 기틀을 마련했지만 대의원들의 개혁 열망을 충족시키기엔 다소 부족했다.
유문집 대의원은 "직선제로 가는 이유는 후배나 젊은 의사들의 의견을 경청해서 대의원회가 기득권 지키는 집단이 되지 말라는 것이다"며 "그런데도 의장의 중앙대의원 선출을 당연하게 여기는 것은 두고 두고 문제가 될 것이다"고 지적했다.
김영완 의장은 조심스러운 반응이었다.
김 의장은 "각 시도의사회가 모든 중앙대의원 선출을 직선으로 하지 않고 의장만큼은 고정대의원으로 못을 박고 있다"며 "그 이유는 중앙회와의 회무 연관성을 알고 있고 그 회무 내용을 각 지부에 가서 이야기 해주는 연결자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의원들이 이런 부칙을 싫어하면 원안으로 가면 된다"며 "그럴 경우 회장과 의장이 당연직대의원이 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이주병 대의원은 "고정대의원은 의장, 회장이 중앙대의원으로 가기 위해 있는 제도가 아니다"며 "회비 납부율에 따라 결정되는 비례대의원 수와 달리 고정대의원은 의장, 회장이 반드시 고정돼 들어가야 하는 것은 아니다"고 반박했다.
최주혁 대의원은 "송후빈 후보가 개혁을 기치로 의협 회장 선거에 뛰어들은 바 있다"며 "반면 이 자리에서 일어나는 일은 보수적일 뿐 아니라 다른 시도의사회의 눈치를 보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비판했다.
그는 "김영완 의장은 많은 경험과 지지 얻는 유능한 분이라고 생각하지만 이런 분이 중앙대의원 나간다고 하면 투명하고 공정한 선거 제도를 통해야 날개를 달 수 있다"며 "이번 부칙이 기록에 남게 되면 차기 회장이 나온다고 해도 힘이 실릴 수 없다"고 우려했다.
혁신을 원하는 대의원들의 기조는 표결에서도 드러났다.
표결에 들어간 부칙 개정안에 대해 찬성은 고작 12명에 불과했다. 의장을 중앙대의원으로 인정한 고정대의원 제도를 폐기하고 충남의사회 몫의 중앙대의원 5명 전원을 직선으로 선출한다는 의미다.
이외에도 대의원 직접 선거는 40명 찬성으로 의결, 의장의 불신임 조항 추가도 40명 찬성으로 의결됐다.
김영완 의장은 "의장이 당연직으로 중앙대의원이 되는 것보다 차라리 이렇게 선거를 거치는 것이 떳떳하다"고 소회를 밝혔다.
박상문 신임 충남의사회장은 "충남의사회에서나마 작년 대통합혁신위원회에서 추진했던 시도의사회장의 중앙대의원 겸직금지 정관개정안을 통과시켰다"며 "의협의 개혁은 기득권을 내려놓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고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그는 "충남을 제외한 나머지 시도의사회도 일반회원의 뜻을 전달할 수 있는 대의원 직선제가 도입돼야 한다"며 "시도 회장과 의장의 몫으로 돼있는 고정대의원을 하루 빨리 없애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