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역 A아동병원장: 우리 병원 1인실 입원은 병원장 '빽'도 안통한다. 침대 앞에서 1인실 입원 순번을 적어놓고 대기할 정도다. 이 정도인데 일반병상 기준 좀 바꾸면 안되겠나.
광주지역 B아동병원장: 우리 병원은 8인실 병동이 있지만 아무도 안들어간다. 창고로 사용할 정도다. 소아 입원환자 상당수가 독감, 뇌수막염, 각종 바이러스에 의한 장염 등 전염성 질환인데 누가 다인실을 선호하겠나.
2일 목포 샹그릴라 비치호텔에서 열린 아동병원협의회 정기총회에선 소아환자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정부의 병상 기준에 대한 불만이 쏟아졌다.
정부는 10병상 이상의 병원은 일반병상을 50%이상 확보하도록 하고 있다. 여기에 상급병실료 개편으로 일반병상을 70%까지 늘리는 것을 병원급까지 확대 적용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아동병원들의 우려가 더욱 커진 것이다.
기준 병상을 확대하는 정책에 상급종합병원과 달리 1인실을 선호하는 아동병원의 특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날 모인 아동병원장들은 현행대로 추진한다면 전국 30~70병상 규모의 아동병원 50여곳이 심각한 경영 위기를 맞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날 정기총회 진행을 맡은 유용상 아동병원협의회 고문(미래아동병원장)은 "소아환자의 보호자는 감염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한다"면서 "실제로 다인실을 이용한 소아환자가 결핵이 전염됐다고 소송을 제기해 1500만원을 보상해준 사례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소아환자는 급성질환이고 낯가림이 심한데다가 보호자가 상주해야 하기 때문에 1인실 선호도가 높을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정기총회에 참석한 한 아동병원장은 "상급종합병원은 병실료 차액에서 손실을 보전할 방안이 있는 지 몰라도 영세한 아동병원은 손실을 보전할 방법이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수십년 전에 정한 다인실 기준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문제"라며 "지금은 GDP가 상승했음은 물론 의료소비자의 수요도 과거와 크게 달라졌다는 것을 정부도 알아야한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아동병원장은 "한국보다 후진국의 외국인 환자 보호자조차 다인실을 보고 놀란다"며 "장염 소아환자와 뇌수막염 소아환자를 같은 병실에 둘 수는 없는 일 아니냐"고 했다.
아동병원협의회에 따르면 아동병원 대부분이 50~70병상 소규모로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정부가 제시한 기준병상율 70%까지 맞추려면 그 외 1인실료는 20만원선으로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
현재 10만원 초중반 대를 유지하고 있는 1인실 병실료가 인상되면 이 또한 환자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게 아동병원장들의 지적이다.
이에 대해 유용상 고문은 "상급종합병원 1인실 병실료에 비해 저렴한데다가 전염성 질환이 많고 1인실 선호도가 높다는 점을 감안해 70~100병상 미만의 아동병원은 기준병상률을 현재 70%에서 30%로 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환자의 편의성을 위해 1~3인실을 적절히 운영할 수 있도록 해달라"면서 기준병상률 정책에 아동병원의 특수성을 감안해 줄 것을 거듭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