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산업에 대한 우리나라 젊은 인재들의 관심이 뜨겁다. 그러나 제약사에 취업을 희망하는 젊은이들에게 조언을 하겠다고 나선 곳은 국내제약사가 아닌 다국적제약사들이었다.
아시아 최대 보건의료산업 국제행사인 '바이오&메디칼 코리아 2015'가 총 3일간의 일정으로 지난 8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막했다.
이 행사는 우리나라 보건의료산업을 우수성을 국내외에 알리고 글로벌 비즈니스의 장을 마련하기 위해 기획됐다.
이번 행사에는 국가간 기업간 교류 외에도 보건의료산업 내 제약, 의료기기, 바이오 투자, 일자리 창출 및 창업 촉진을 주제로 하는 '팜페어', '메드텍페어', '인베스트페어', '잡페어'도 열렸다.
제약산업 취업 설명에 젊은 인재들 '우르르'
이중에서 구인구직을 목적으로 하는 '잡페어'의 경우 사전 등록자만 2500명에 달할 정도로 제약산업에 대한 취업 희망자들의 관심이 뜨거웠다.
주최측은 ▲입사지원서 컨설팅 ▲채용 매칭 컨설팅 ▲면접복장 체험 ▲이력서 사진 무료 촬영 ▲면접 메이크업 체험 ▲취업 타로카드 ▲지문인적성검사 등 제업산업 취업희망자들을 위한 다채로운 코너를 마련했다.
특히 각 제약사 인사담당자가 직접 설명하는 채용설명회장은 준비한 좌석이 모자라 설명회장 바깥쪽까지 줄을 서 경청할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무엇보다 가장 눈길을 끈 것은 각 제약사 담당자들과의 '1:1 취업 멘토링'이었다.
'1:1 취업 멘토링'은 제약사 취업을 희망하는 이들에게 각 제약사 담당자들이 직접 상담해주는 프로그램으로, 올해 처음으로 도입됐다.
행사 첫날인 지난 8일에는 ▲한국 MSD ▲한국노바티스 ▲한국다국적의약산업협회 ▲한국로슈 ▲한국엘러간 ▲한국얀센 ▲한국 애브비 등이 참여했다. 9일에는 ▲녹십자 ▲바이엘코리아 ▲세엘진코리아 ▲한국다국적의약산업협회 ▲한국릴리 ▲한국머크 ▲한국먼디파마 ▲한국베링거인겔하임 ▲한국BMS ▲한국화이자제약 관계자들이 멘토로 나섰다.
제약사 임원이 직접 취업 설명 멘토로 나서
각 제약사에서 멘토로 나선 이들은 대부분 임원급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다국적의약산업협회에서는 김성호 전무가 나왔으며 한국릴리는 이동현 본부장, 한국머크 김병은 상무, 한국먼디파마 김용정 상무, 한국베링거인겔하임 김준수 상무, 한국BMS 권재홍 본부장 등 제약사의 주요 임원들이 젊은 구직자들을 위해 멘토를 자청하고 나섰다.
이날 멘토로 참석한 한국BMS 권재홍 본부장은 "멘토 대부분이 각 제약사의 임원급이다. 이들은 제약업계에 오랫동안 종사하면서 여러 업무를 거쳐왔다. 다양한 경력을 바탕으로 취업 희망자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멘토링을 원하는 취업 희망자들은 알고 싶은 점을 미리 정리한 질문지를 각 제약사 담당자에게 제출하고, 담당자들은 질문에 대한 답변을 마련해 1인당 평균 15분씩 취업희망자들과의 면담을 진행했다.
이들 담당자들은 이번 멘토링이 유능한 인재를 고르는 자리가 아닌 유능한 인재들에게 제약산업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목적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한국릴리 이동현 본부장은 "일대일 멘토링을 공식적인 구인 채널로 생각해 본 적은 없다"며 "여기서 새로운 인재를 구하겠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우리가 제약산업에 관심 있는 인재들의 트랜트를 볼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엘코리아 인사부 문영일 HR business partner는 "지금까지 제약업계에서 회사 소개나 취업박람회는 많이 개최했지만 멘토링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의미있는 자리다. 취업설명회의 경우 한정된 회사가 기회를 제공할 때만 들을 수 있는 반면 일대일 멘토링은 꼭 그 회사가 아니더라도 진로를 결정하거나 취업하는데 좋은 경험과 전략들을 얻을 수 있는 자리다. 취업 희망자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취업을 희망하는 구직자들이 제약산업에 대해 제대로 모르고 있어 아쉽다는 의견도 나왔다.
한국머크 김병은 상무는 "질문지를 받아보니 상담을 원하는 이들이 제약산업에 대해 너무 모르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제약산업에 대한 구체적인 질문보다는 이력서 작성 등 기초적인 질문들이 많다. 과연 제약업계가 생각하는 인재상에 맞는지 모르겠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김병은 상무는 "하지만 최선을 다해 어떤 식으로 접근해야 제약사에서의 직장생활을 잘 할 수 있는지 상담할 것"이라며 "이런 자리가 많아져 취업 희망자들이 충분한 정보를 얻고 원하는 자리를 찾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1:1 취업 멘토링'을 기획한 KRPIA 김성호 전무는 하반기에는 멘토링을 전국적 규모로 키워보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
김성호 전무는 "이번 프로그램은 처음 해보는 건데 내가 제안을 했다. 회원사 사장들에게 의도를 설명했더니 좋은 프로그램이라며 적극 추천했다"며 "각 사의 지원과 관심 덕분에 잠깐 시간을 비우기에도 빠듯한 임원들이 두시간씩이나 멘토링을 진행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 전무는 "일대일 취업 멘토링은 취업 희망자들에게 현장의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도 하지만 제약산업을 알리기에도 좋은 자리다"며 "올 하반기에는 신약개발연구조합과 함께 전국구로 키워볼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언니 오빠만 취업? 고등학생도 제약사 관심있어요."
이날 상담을 원하는 이들 중엔 고등학생도 있어 눈길을 끌었다.
주인공은 의료분야 특성화 고등학교인 영광여자메디텍고등학교 3학년에 재학중인 오현아 양.
오현아 양은 대부분 대학생이거나 이제 막 대학을 졸업한 언니, 오빠들 사이에서 자신의 상담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오 양은 "앞으로 병원 행정쪽의 일을 하는 것이 목표긴 하지만 제약사에도 관심이 많다"며 "지금 고3인데 졸업하면 대학 진학 대신 곧바로 취업하려고 한다. 취업에 대한 정보를 얻고자 일대일 멘토링을 신청했다"고 말했다.
멘토 제약사 10곳 중 국내사는 녹십자 한 곳뿐
제약산업에 대한 뜨거운 관심과 열기에도 불구하고 이날 '1:1 취업 멘토링'에 참가한 제약사는 대부분 다국적 제약사였으며 국내사는 녹십자 한 곳만 참여해 아쉬움을 남겼다.
멘토로 참석한 다국적사 임원은 "국내사의 참여가 없어 안타깝다. 어차피 제약산업과 관련된 것인만큼 국내사에 대한 관심도 있을텐데 녹십자 한 곳만 참여해 아쉽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임원도 "멘토로 나선 임원들은 회사의 대표로 나선 것이 아니다. 제약산업 전반에 관심이 있는 이들을 위해 시장 상황과 그들의 정확한 판단을 돕고자 정보를 제공하려 나선 것이다"며 "이런 점에 볼 때 국내사들의 참여가 미진하다는 점은 옥의 티"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멘토링을 신청한 한 취업 희망자는 "개인적인 이유로 다국적제약사보다 국내 제약사에 대한 생생한 정보를 얻고 싶은데 일대일 멘토링을 할 수 있는 곳이 녹십자 한 곳 뿐이라 아쉽다"고 토로했다.
업계 일각에선 국내사의 불참에 대해 다양한 해석을 내놓고 있다.
국내 A 제약사 관계자는 "9일부터 한국제약협회가 주최하는 CP 워크숍이 있어 인력들이 그쪽으로 몰렸을 수 있다"며 "그러나 당장 회사에 도움이 되지 않는 멘토링에 참여하는 것보다는 부스에서 홍보에 집중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일대일 취업 멘토링은 다국적의약산업협회에서 기획한 만큼 다국적사의 참여율이 높을 수 밖에 없다"며 "그만큼 다국적사의 행사라는 색이 강하다. 굳이 국내사들까지 나설 이유가 없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유일하게 참석한 녹십자는 '참석하길 잘했다'는 입장이다.
이날 멘토로 나선 녹십자 인력운영팀 박춘후 과장은 "국내사들의 참여가 적어 의외"라며 "외국 기업이랑 함께하는 것이 도움이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에 참석했다. 막상 와보니 잘왔다는 생각이다. 제약사에 관심이 있는 이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어 좋은 자리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