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보다 남극 세종기지에 사는 사람이 건강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한국 40대는 각종 질환으로 병원신세를 지는 일이 증가한 반면, 남극 세종기지 활동가는 오히려 의료소비가 감소했다.
고대의대 이민구 교수(생리학교실)는 오는 11일 열리는 제1회 대한극지의학회 학술대회서 세종기지 26년간(1988년~2013년)의 의료소비 양상을 분석, 발표한다.
그는 지난 2013년 극지연구소의 정책과제에서 19년간 세종기지 월동대원과 하계연구대, 방문자의 의무기록을 확보, 이를 전산화해 4049건의 내원기록을 정리했다.
특히 그는 국내 의료소비와 비교해 재미있는 결과를 도출했다.
국내에선 40세 이후 병원 방문 횟수가 증가하는 반면 극지 활동자는 40세 이후로도 병원 내원 횟수가 오히려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 교수는 "이는 극지 활동자에 대한 남극 파견 전 건강검진에 의한 선별의 결과로 월동대원 중 고연령 대원을 파견해도 의료적으로 문제없이 건강한 기지를 운영해왔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그렇다면 극지의 활동가들은 어떤 질환으로 병원을 찾았을까.
가장 주요한 원인은 피부상처와 염좌 같은 외상에 의한 것이 24%로 가장 많았다.
이어 소화불량과 복통과 같은 소화기 증상이 19%, 습진과 피부염증과 같은 피부 증상이 15%로 뒤를 이었다. 또 근육통과 관절염 같은 근골격계 증상도 14%를 차지했다.
이는 분기별로 분석하더라도 대원 각각의 임무(야외작업/실내작업)에 따라 분석하더라도 동일한 순서로 나왔다.
국내 거주하는 40대가 스트레스와 잘못된 식습관으로 대사증후군, 관상동맥질환 등 각종 질환에 시달리는 것을 감안하면 전혀 다른 양상을 보여주는 것.
또한 26년간 남극 세종기지에서 의료적인 이유로 칠레로 또는 국내로 후송된 사례는 총 12건이었고 이중에 10건이 외상으로 인한 정형외과적, 안과적, 치과적 문제로 출남극 의료후송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교수는 "대한극지의학회는 세종기지 등 극지에서 활동하는 모든 한국인들의 건강관리와 질병에 대한 대책뿐 아니라 극지라는 특수상황에서 발생하는 의료의 특징, 문제점 등에 대해 체계적인 접근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