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부터 3일간의 일정으로 서울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바이오코리아 2015'가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올해로 10회째를 맞는 BIO KOREA는 국내·외 제약·바이오산업의 전반을 아우르는 행사로, 바이오산업의 활력을 불어넣는 실질적인 비즈니스의 장, 국제적 정보교류 및 기술거래의 장으로 그 역할을 훌륭히 수행하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바이오코리아는 2006년 첫 행사 당시 300여개 참가 기업과 1만 5000여명의 방문자를 유치했고 지난해에느 500여개 기업과 2만여명 방문자의 규모로 성장했다. 프로그램 면에서도 2011년 바이오 잡페어, 2012년 팜페어, 2013년 인베스트페어, 2014년 메드텍페어 등 다양한 발전을 이뤄왔다.
지난 10년간 바이오코리아가 성공적 개최와 발전을 이룩해온 배경에는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엄보영 기술사업화지원센터장(공학박사, 기술거래사)의 노력이 숨어있다. 엄보영 센터장은 10년간 바이오코리아를 총괄해온 담당자다. 엄 센터장을 만나 바이오코리아의 성과와 과제 등을 짚어봤다.
바이오코리아를 시작한 지 벌써 10년이 된다. 그동안 질적으로나 규모에서나 꾸준히 성장해왔다는 평이다.
행사에 참가한 분들로부터 규모면에서 안정이 됐고 프로그램도 내실있다는 말씀을 듣는다. 오히려 내가 더 고마운 일이다.
바이오코리아가 엄브렐라(umbrella) 행사라 밑에 세미 행사들이 많다보니 행사가 많아지면 컨트롤이 안 될 가능성이 있어 그런 이유로 올해는 약간 축소했다. 기본적으로 늘 하는 프로그램을 컨트롤 하자는 방향이었다. 바이오라는 산업 자체가 전시만으로 모든 걸 보여줄 수 있는 산업은 아니다. 대신 내용들을 비즈니스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기능을 많이 엮은 것이 좋은 평으로 이어진 것 같다.
특히 해외수출 마케팅을 전문으로 하는 업체와 파트너링을 했는데 디테일하게 지원하니까 다른 성과가 보인다. 예전에는 설문조사로 모니터링만 하는 부분이 있었는데 올해는 직접적으로 깊숙히 지원했다.
잡페어에 많은 관심과 참여가 이어졌다.
잡페어는 학부때 느꼈던 생각이 모티브가 됐다. 대학다닐 때 4학년이 되면 진로가 결정될 줄 알았다. 그러나 선배들만 봐도 어디로 가야할 지 모르는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이런 점에 비쳐볼 때 전시회나 컨퍼런스는 비록 비즈니스의 장이긴 하지만 구직자 입장에선 미래의 상황에 뭘 준비해야 하는지, 이쪽 분야가 전망이 밝은지 아닌지 결정해야 하는 중요한 정보가 오가는 자리다.
기업인들만 참여하는 것은 아쉽다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해를 거듭할수록 내용도 알차지고 있고 17개 대학에서도 학생들을 보내 직접적으로 학습하고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다국적제약사의 도움을 받아 멘토링 제도도 도입했다. 주로 각 사 임원들이 멘토로 참여했다. 보수를 받는 것도 아닌데 열정적으로 상담해줘 고맙게 생각한다. 상담이 15분으로는 부족해 20분으로 늘리는자는 의견도 제시해줬다. 보람을 느끼는 것 같다.
이쪽 분야가 사업화하는 기간도 길지만 종사자로서 갖춰야 하는 기본적 소양도 다른 산업보다 많다. 그런 기반을 깔아준 것이다. 상담을 받은 사람들이 앞으로 전시부스를 운영할 수도 있고 컨퍼런스의 연사도 될 수 있다. 잡페어가 대한민국 보건산업 발전을 앞당기는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최근 보건복지부가 바이오코리아 행사와 관련해 6600억원 규모의 의료·제약·의료기기 분야 수출계약 실적을 거뒀다고 발표한 것을 두고 '성과 부풀리기'라는 비난이 있다.
좋은 이미지로 바라봐주면 좋은 방향으로 갈 수 있겠지만 안 좋은 시각으로 보면 한도 끝도 없다. 바이오코리아의 가장 큰 경쟁상대는 중국이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아시아에서는 바이오코리아가 독보적이었는데 중국이 2~3년전부터 물량공세로 치고 나오기 시작했다. 사실 중국과의 경쟁에 있어 우리나라 시장의 포지션은 약간 어중간한 면이 있다.
우리가 먼저 시작한 이런 행사가 기업들이 서로 윈윈하는 행사로 가야 하는데 문제가 생기는 행사로 인식되다 보니 순수한 목적으로 참여했다가 관련 보도를 접하고 상처를 받은 기업도 있어 너무 난감하고 미안했다. 과정상에서 과장된 모습이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목적은 서로 도움이 되고자 했던 것이라는 점을 이해를 해줬으면 좋겠다.
또 한가지, 투자 상담과 상담 금액을 모니터링 하고 있는데 모든 상담이 계약으로 이어져 투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800~900억원이 현장에서 집계되도 일년이 지나 확인해보면 실제 투자금액은 백억여원에 불과하다. 그런데 그런 결과를 언제 보도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바이오코리아는 기업이 주인인 행사다. 보건산업진흥원은 지원하고 도움을 주는 봉사조직이라는 생각이다. 진흥원을 자랑하려는 게 아니라 기업들이 잘하고 있는 것을 자랑하고 홍보해서 잘 팔릴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이 행사를 하는 것이다. 행사의 본연의 목적이나 의미를 잘 살리고 싶다.
지난해부터 글로벌 헬스케어 산업의 대표행사인 '메디칼코리아'와 함께 통합 개최하고 있다. 어떤 효과가 있나.
메디칼코리아의 경우 본연의 목적이 있고, 바이오코리아도 나름의 색깔이 있어서 합치는게 맞느냐는 고민도 있었다. 그런데 바이어들은 병원만 보는 것이 아니라 온 김에 의료기기 등도 보고 싶어한다. 바이어들의 니즈가 이러니 한 자리에 있는 것도 괜찮겠다는 이야기가 있어 통합 개최하게 됐다.
아직은 완전히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상황은 아닌 것 같다. 그런데 병원과 제약사들이 자연스럽게 같은 공간에서 있으면서 협업하는 상황이 생기고 있다. 그 중심에서 연구중심병원이 역할을 해주고 있다. 병원들에 따르면 예전에는 제약사와의 관계에서 갑이었는데 연구중심병원을 하다보니 제약사에게 팔아야 하는 면도 생겼다. 평생 갑의 위치에 있다가 을이 되니 이상한 기분이 든다고 한다. 이런 상황이 통합개최 현장에서 자연스럽게 업무적으로 엮어지고 있다. 본인들이 의도하지 않았지만 이런 장을 통해 5년 정도 지나면 자연스럽게 협업에 대한 성과가 나오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특히 메디칼코리아의 경영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통합개최로 인해 1억원이 넘는 예산이 절감됐다. 개막식과 만찬 등의 경비를 공유하고, 해외 바이어들도 한 자리에 모이게 하다보니 초청 경비도 절감됐다. 절감된 비용이 좋은 연사를 초청하고 기업들에게 보다 좋은 서비스로 돌아가지 않을까 생각한다.
효과를 보자면 다른 기관과의 협업도 의미가 있지 않나.
내년이나 그 이후에는 제약협회 등 다른 기관의 유사한 행사도 바이오메디칼코리아에 각각의 행사들로 참여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러나 행사가 합쳐질 때 개막식 등 행사의 얼굴을 보이는 부분에서 주도권을 뺏길까 하는 두려움도 있는 것 같다. 집결된 상황을 바이어들에게 보여주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있어서 해당 기관에 의견을 타진하고 있다.
해외 참가도 늘릴 계획이다. 해외의 유사한 행사들이 있는데 현재 그쪽과 MOU를 체결해서 델리게이터(Delegator) 역할을 하고 있다. 해외 행사에 참가하려는 국내 기업체들을 더 많이 모집해서 가면 그쪽에서도 한국에 오고 싶어하는 기업을 더 많이 모집해서 와준다. 올해 호주가 그랬다. 이처럼 유사한 해외 행사들과 네트워크를 넓히면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2006년 첫 행사 이후 10회째를 맞았다. 어떤 성과가 있었나.
기업체들의 글로벌 감각이 10년 동안 많이 달라졌다. 진흥원이 행사를 꾸미는 것도 있지만 참여 기업들이 프로그램도 만드는데 국제 수준으로 올라와 있다. 예전에는 잘 안됐지만 최근에는 기업들이 비즈니스 미팅도 별도로 진행하고 오찬이나 만찬 자리도 만들어 해외 바이어들을 만나고 있다.
비즈니스 미팅 파트너링의 경우 미국이나 유럽은 온라인 매칭 시스템으로 세팅돼 있다. 이제는 우리나라도 그런 것에 이젠 익숙해져 있다. 30분 단위로 미팅하고 다음 스케쥴에 맞춰 또 다음 일정을 소화한다. 이런 국제적 감각과 수준을 이끄는 데 역할을 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특히 올해는 국내 보건산업에 활기를 불어 넣기 위해 기술성장기업상장특례 제도로 상장 또는 상장 예정인 기업들로 구성된 '기술성장관'을 운영했다.
참여한 기업들은 기술력을 인정받아 어렵게 상장된 기업들이다. 그런데 아직도 열악한 상황에서 자금과 홍보가 필요한 기업들이 많다. 그들을 집중적으로 지원하고 조명하고 널리 알리기 위해 기획 후 부스를 만들었다. 앞으로 관련 기업들이 많이 활용했으면 좋겠다.
총괄 책임자 입장에서 올해 바이오코리아에 점수를 준다면.
개인적으로 점수에 인색한 타입이다. 칭찬을 하면 긴장이 풀어질 것이고 혹독하게 하면 사기가 죽어 웃는 낯으로 비즈니스가 어려워진다. 그래서 인색하다. 행사 문제가 없으면 100점 만점에 50점 정도라고 생각한다. 지난해가 60~70점대로 올라왔다면 참여한 분들의 상황이나 성과 등 질적인 부분에서 판단할 때 지난해보다 10점 정도 올랐다고 본다.
프로그램 파트너링도 잘됐다. 파트너링 미팅건수만 봐도 지난해에는 현장까지 합해서 500여건이었는데 올해는 사전만 600건을 넘었다. 현장에서 추가적 온라인 미팅도 이어졌을만큼 성과가 더 나올 것으로 본다. 업무에 실질적으로 깊숙이 들어가 준비한 직원들에게 고맙다. 1~2년 지나면 더 큰 성과가 나올 것이다.
행사를 마치면서 아쉬운 점도 있을 것 같다.
해외 바이어들이 더 많이 왔으면 좋겠고 국내 큰 기업들이 전시에 참가했으면 좋겠다. 큰 기업들의 경우 국내 시장에서 이미 1, 2위를 차지하고 있어 국내에서 자랑할 필요없고 그 예산과 노력으로 해외에서 노력을 기울이려고 하는 생각도 맞다.
그런데 해외 바이어들이 왔을 때 업계의 큰 형이자 선두인 입장인 기업들이 더 끌어주고 힘을 실어주는 차원에서 참가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솔직히 전시회에 큰 기업이 없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심지어 혁신형 제약기업도 조그만 부스로 나왔다. 10개 부스를 차지해도 상관없을 정도 규모의 기업이 조그만 부스에서 조용히 있어 아쉽다. 수익을 떠나 (대기업들의 참여가) 행사의 메리트로 작용을 못하고 있는 부분에 책임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