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제약협회가 주관하고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후원하는 제5회 국제의약품전이 21일 일산 고양시 '킨텍스'에서 4일간의 일정으로 개막했다.
그러나 정작 제약회사의 참여는 거의 없고 제조·설비 업체들이 행사의 주를 이루고 있어 전시회의 당초 취지와 어긋나는 것 아니느냐는 지적이 높다.
국제의약품전은 국내 의약품의 홍보 및 세계화를 추진하고 해외시장 진출 지원을 목적으로 5년째 열리고 있다.
그런데 관람객들이 국제의약품전 입구를 들어서자마자 처음 접하는 것은 제약사나 의약품이 나닌 제조·설비 업체들이 대부분이다.
한참을 걸어서야 제약사 몇곳을 만나볼 수 있다. 이마저 종근당, 보령제약, 유유제약 등 손으로 셀 정도의 제약사에 불과하다.
참가업체 명단에는 더 많은 제약사들의 이름이 올라 있지만 실제 부스는 찾을 수 없다. '대한민국 신약 및 개량신약 홍보관'에 제품만 전시해 놓은 것이 전부다. 설명을 해주는 관계자는 찾아볼 수 없었다.
그 외 대부분 부스는 물류업체, 생산·제조 설비 업체, 실험 장비 업체 등이 차지하고 있다.
이같은 현상이 발생한 이유는 '통합 전시회'로 개최되기 때문이다.
킨텍스 제1전시장에는 국제의약품전뿐 아니라 ▲국제물류산업전 ▲제약·화장품 기술전 ▲국제화학장치산업전 ▲국제연구·실험 및 첨단분석장비전이 함께 열리고 있다.
제1전시장에 차려진 부스는 약 660여개. 이중 국제의약품전이 차지하는 부스는 전체 부스의 10%도 채 안 되는 61개 부스에 불과하다. 그 중 제약사 단독 부스는 ▲종근당 ▲보령제약 ▲유유제약 ▲LG생명과학 ▲젬백스-삼성제약 등 손에 꼽을 정도이다.
이러다보니 의약품전을 보기 위해 찾은 관람객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의약품전을 찾은 한 관람객은 "의약품전이라고 해서 왔는데 의약품은 없고 기계·설비 천지다"라며 "한참을 헤메서야 제약사 부스를 몇 곳 찾았지만 의약품 전시회의 개념과는 거리가 먼 부스였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관람객은 "다른 전시회에 국제의약품전이 묻어가는 느낌"이라며 "국내 의약품을 홍보한다는 전시회 취지는 찾기 어려웠다. 개최에 의미를 둔 형식적 성격이 강해 보인다"고 말했다.
전시회에서 만난 국내 제약사 관계자는 "국제의약품전에 참가한 업체 중 가장 큰 부스를 차지한 곳은 국내 제약사가 아닌 중국 산동의 웨이가오 그룹이었다"며 "국내 의약품을 홍보하겠다는 것이 전시회의 목적인데, 정작 참여한 국내 제약사 중 규모가 있는 곳은 종근당이나 보령제약 등에 불과했다. 국내 제약업계의 맏형 격인 대형제약사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국제의약품전의 주관 및 주최를 맡은 해당 기관들은 책임을 떠넘기기에 바쁜 모양새다.
식약처 관계자는 "국내 제약사가 참여를 하긴 했지만 부족하다고 볼 수도 있다"며 "식약처는 후원일 뿐이다. 주관기관인 제약협회에서 답변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5개 전시가 동시에 이뤄지고 있는데 국제의약품전 외 나머지 전시가 의약품과 전혀 관련없진 않다. 물류전도 유통과 관련이 있다"며 "제약산업은 단순히 제약사가 중심이 아니라 모든 게 연계돼 있는 산업"이라고 설명했다.
관람 집중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에 대해선 "관련 분야와 동시 개최하면서 시너지를 얻으려는 것 같은데 관람 집중도가 떨어진다는 말도 일리는 있는 것 같다"고 답했다.
제약협회는 최근 연이은 전시회 개최가 국내 제약사에게 부담이 됐을 것이라는 분석을 제시했다.
제약협회 관계자는 "전시회 초창기부터 회원사들에게 참여를 이야기했는데, 협회가 나서는 것에 탐탁지 않아 하는 분위기"라며 "최근 2주전에도 바이오메디칼코리아가 코엑스에서 열렸다. 결국 이런 데 나오는 것은 비용과 연결돼 부담이 된다. 국제의약품전은 협회가 주도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부스 참여 등은 회원사들이 알아서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개막식에서 식약처 김관성 의약품안전국장은 축사를 통해 "이번 전시회는 국내 제약산업의 글로벌화를 위한 의미있는 행사다. 식약처와 제약협회가 함께 준비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