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이 '성완종 리스트'로 요동치고 있다.
현 정부의 실세들이 고 성완종 씨의 불법 자금 전달 메모와 육성 인터뷰로 연일 언론의 도마 위에 오르는 상황이다.
의료계에는 성완종 리스트가 없을까.
의사협회와 병원협회 등 의료단체는 의사와 병원의 권익을 보호하는 이익단체이다.
단일 보험과 행위별수가로 묶인 의료계는 보건의료 제도와 정책 및 법안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단체별 대관업무 담당자가 존재하는 이유다.
이들은 국회 상임위와 보건복지부, 심사평가원, 건강보험공단 등 의료 정책을 쥐락펴락하는 입법부와 행정부에 선을 대고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정보 메신저 역할을 하고 있다.
인맥 구축에 비용이 동반되는 것은 당연하다.
식사와 함께 가끔 음주와 가무 등을 통해 허심탄회하게 속얘기를 주고받고 친밀한 관계를 유지한다.
성완종 리스트 파문은 복지부에도 영향을 미쳤다.
세종청사 공무원들을 만나보면 의료단체와 만남이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간담회나 회의가 아닌 비공식 만남은 비용 문제가 동반되기 때문이다.
몇 년 전 의사협회 회장이 모 언론과 인터뷰 과정에서 발언한 내용이 보도되면서 홍역을 겪었다.
의협 임원진이 복지부 공무원과 만나 저녁 술 자리에서 나눈 의료수가 관련 대화가 공개됐기 때문이다.
회장 발언의 진위 여부보다 의료단체 임원과 공무원이 왜 밤늦은 시각에 만나 술을 마셨냐는 것에 관심이 집중됐다.
비용이 동반된 의료단체와 사적 만남이 부담스런 이유이다.
법인카드든 개인카드든 흔적이 남는다.
회원들의 회비로 운영되는 의료단체는 정기적인 내부 감사를 받는다. 어디에서 누구와 만나 얼마를 사용했다는 영수증이 첨부된다.
의료계 관계자는 "진솔한 대화가 없어지는 것 같다. 간담회와 회의가 공식적인 입장 개진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며 과거와 달라진 상황을 전했다.
복지부 공무원은 "의료단체에서 저녁에 만나자고 하면 부담스럽다"면서 "만나더라도 삽겹살 집에 가서 내가 사는 것이 속 편하다"고 귀띔했다.
의료단체도 이 같은 분위기를 모르지 않다는 점에서 공무원 네트워크 귀재 모시기에 골몰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의-정 최우선 과제인 신뢰 회복 가능성이 한발 물러선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