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1일)부터 3년의 임기를 시작하는 추무진 호가 제대로 '역풍'을 맞았다.
좌파 꼬리표가 붙은 이진석 교수를 연구조정실장에 앉혔다는 비판이 거세지는 가운데 임익강 신임 보험이사마저 진보 성향 시민단체에서 활동한 전력이 드러나면서, 임기 시작부터 민심 수습이라는 커다란 과제를 떠 앉았기 때문이다.
30일 의료계를 중심으로 의협의 집행부 인선 논란이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임익강 보험이사가 과거 '복지국가만들기국민운동' 서울 본부장과 민주당 정당 활동을 한 만큼, '좌파'라는 꼬리표가 붙은 이진석 교수와 마찬가지로 의협에는 맞지 않는 인물이라는 비판이다.
앞서 의협은 5월 1일부터 3년의 임기가 새롭게 시작되는 제39대 의협 집행부 임원 명단을 확정했다.
문제가 된 것은 의료정책 전문가 자리에 총액계약제, 주치의제, 포괄수가제 강화, 무상의료 운동 등을 주장한 이진석 교수를 영입했다는 점.
이진석 교수는 기자회견을 자처하면 '반 의료계' '반 의사 정책' '좌파'라는 꼬리표에 대해 수 차례 "억울하다"는 입장 표명으로 논란 진화에 나섰지만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이 교수와 함께 진보 성향의 시민단체에서 활동한 임익강 신임 보험이사도 불똥을 맞았다.
임익강 이사는 '복지국가만들기국민운동' 서울 본부장과 민주당 광진갑 선거대책위원회 상임위원장 등 정당 활동을 펼친 바 있다.
2011년 출범한 복지국가만들기국민운동본부는 말그대로 보편적 복지 국가 건설을 위한 국민운동을 주창한 단체.
당시 서울본부에는 이진석 교수와 임익강 이사가 각각 서울의대 교수와 임익강 외과개원의협회 총무이사의 직함으로 참여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실제로 2010년 '국민건강보험 하나로 운동'이 불이 붙은 이후 임익강 이사는 저서 출간회를 통해 "모든 병원비를 '국민건강보험 하나로' 해결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 국민들의 기본 인권인 건강권을 국가가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친 바 있다.
과거 의협 집행부에서 일한 모 관계자는 "이진석 교수와 함께 활동한 임익강 이사에 대해서도 비판 여론이 생겨나고 있다"며 "좌파 논란에 과거 행적까지 들춰 엄한 불똥이 튀고 있다"고 전했다.
임명 철회없이 1일부터 임기가 시작된다는 점에서 추무진 회장을 향한 비판 여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좌훈정 전 의협 감사는 "35대 집행부에서도 비슷한 논란이 있었다"며 "인사 검증까지는 아니더라도 전철수 보험상근부회장의 임명 당시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가입이 문제가 된 적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 부회장은 의약분업 당시 일반 의사들과 다른 행보를 보인 인의협이 단순한 봉사단체인 줄 알고 가입을 했고 활동도 없었지만 인의협 탈퇴를 공표해 민심을 수습했다"며 "이런 일련의 과정없이 추 회장이 임기를 시작하기에는 민심이 크게 돌아선 상태"라고 지적했다.
의협이 인사 발표 전에 개인의 당적, 신변 정리와 같은 철저한 인사검증을 도외시했을 뿐만 아니라 회원들의 비판 여론에도 귀를 막는 우를 범했다는 비판이다.
인사 철회를 요구한 평의사회 관계자는 "좌우를 떠나서 용인할 수 없는 사태가 발생했다"며 "회원 지적을 무시하고 1일부터 그대로 임명 강행하다가는 최단명 회장이 탄생할 것이다"고 강력한 경고 메세지를 보냈다.
그는 "눈과 귀를 닫고 있으면 사태가 진정될 것이라는 생각은 큰 오산이다"며 "노환규 전 회장도 버티다가 낙마한 것처럼 회원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았다면 실수를 인정하고 실수를 바로잡는 노력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의총 역시 성명서를 내고 "의협 집행부는 의료계 발전에 역행하는 행보를 보인 이진석 교수의 임명을 즉각 철회하고, 회원들 앞에 사죄하라"며 "요구가 수용되지 않을 때는 집행부 퇴진 운동 및 회비 납부 거부 운동을 벌이겠다"고 경고했다.
비판 여론에도 의협은 별다른 입장을 공표하지 않고 있다.
의협 관계자는 "협회가 의사의 권익을 지키는 이익단체이면서 동시에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는 공익단체이기 때문에 전략적으로 이진석 교수를 영입했다"며 "이런 논란이 생겨 당혹스럽지만 해당 인사의 잘잘못은 조금 더 지켜봐 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