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의료진이 장기이식분야의 선진국인 미국에서만 이뤄지던 6개 장기 변형 다장기 이식 수술에 처음으로 성공했다.
이로 인해 아무 것도 먹지 못하고 고통받던 2세 아이가 위는 물론 소장과 대장, 비장, 췌장, 십이지장을 받아 새 삶을 찾게 됐다.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장기이식센터 이명덕 교수팀은 위장관 거짓막힘증을 앓고 있던 2세 소아에게 4세 뇌사자의 장기 6개를 이식하는데 성공했다고 4일 밝혔다.
국내에서 간을 제외한 변형 다장기 이식에 성공한 것은 처음 있는 일로 우리나라 의료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게 됐다.
출생 후 약 70일경 뚜렷한 원인 없이 갑작스런 장 폐쇄 증상이 나타난 신연호 환아는 여러 병원을 찾은 후에야 위장관 거짓막힘증이란 진단을 받았다.
이후 공 장루가 생겨 아무 것도 먹지 못하면서 별도의 인공 영양 공급 방법인 재가 정맥 영양법에 의존하며 살아왔다.
위장관 거짓막힘증은 소장의 운동성이 약해 섭취한 음식물을 소화하거나 통과시키지 못하는 질병으로 전체 위장관으로 확대돼 창자속 음식물의 부패와 세균번식, 감염으로 폐혈증 등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는 치명적인 병이다.
신 군이 살 수 있는 길은 제 기능을 못하고 망가진 소화기계 장기를 떼어낸 후 정상적인 다른 사람의 장기로 대체 이식하는 수술밖에 없던 상황.
이로 인해 신 군은 국내 최초 소장 이식 수술을 성공시킨 소아외과 이명덕 교수에게 이식을 받기 위해 지난 2013년 여름 서울성모병원을 찾았다.
검사 결과 신 군의 간은 아직 정상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이에 따라 이 교수는 간을 제외한 6개 장기를 이식하는 변형 다장기 이식술을 시행하기로 결정했다.
간을 함께 이식하는 다장기 이식술은 국내에서도 이미 성공한 바 있으나 변형 다장기 이식술은 문합하는 혈관 수도 훨씬 더 많은데다 난이도가 훨씬 높아 국내에서는 성공한 적이 없었다.
그러나 서울성모병원에는 변형 다장기 이식으로 명성이 높은 미국 마이애미대학 잭슨 메모리얼병원에서 연수하며 기술을 익힌 이명덕 교수가 있었다.
이명덕 교수는 총 5군데의 혈관 문합, 담도 연결을 포함한 위장관 부분 5곳 문합, 배설을 위한 장루 2곳 설치, 급식용 장루관 1곳 조성 등 총 13가지의 중요한 독립적 수술과정을 무려 18시간 30분 동안에 진행했다.
이식 후 혈류가 이식편에 다시 개통돼 이식된 장기들이 살아나기 까지 냉각 허혈 시간은 5시간 30분. 다행히 이식된 소장이 제 기능을 회복하기 위한 최대 허용시한인 8 시간 보다 훨씬 일찍 완료하면서 의료진이 한 숨 돌릴 수 있었다.
신 군은 중환자실에서 일반병실로 옮기면서 진균성간농양과 폐렴 등 감염증과 일반 고형 장기이식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이식편대숙주반응까지 겪는 등 3가지의 위중한 고비를 겪었으나 5개월 이상의 병원 생활 후 드디어 퇴원을 하게 되었다.
이로 인해 현재 하루 식사 필요량의 3분의 2 이상을 입으로 섭취하고 있으며 함께 이식된 췌장 기능도 좋아 혈당도 안정되고 혈중 아밀라제는 줄곧 정상 범위를 유지했다.
이명덕 교수는 "소장 단독이식이나 다장기 이식보다 훨씬 복잡하고 까다로워 기술적으로도 난이도가 아주 높은 수술이었다"며 "매우 긴장했지만 어려운 과정을 모두 잘 극복한 환아와 보호자들에게 감사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