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원을 한다면 의사들이 드문 지역에 하는 것이 유리할까? 아니면 의사들이 밀집한 곳에 하는 것이 더 수익율이 좋을까?
적어도 보험 진료 위주의 병의원이라면 한산한 곳보다 의사가 많은 곳에 자리를 잡는 것이 유리할 전망이다. 의사 밀집 지역에서 대체로 진료비 수입 실적이 높게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른 바 '먹자골목'처럼 유동인구가 풍부하고 상권이 발달된 곳에 가게가 몰리며 수익이 재창출되는 것처럼, 병의원도 지역별 활동의사 수 분포가 진료비 수입과 상응한다는 분석이다.
29일 메디칼타임즈는 대한의사협회가 일차의료기관 활성화를 위해 산출한 요양기관 분포현황, 의료기관 종별 실제 수진자 수 등의 데이터 자료를 입수, 분석했다.
눈에 띄는 부분은 2013년 시도별 건강보험진료비 유출입 현황(약국 포함)이다. 서울, 대구, 대전, 광주, 부산 5개 시도는 건강보험 진료비가 타 시도에서 유입됐고, 나머지 시도는 진료비를 이들 5개 시도로 유출되는 양상을 보였다.
시도별 유출입액은 주민이 부담한 전체 진료비(급여실적)에서 요양기관의 진료비 수입(심사실적)을 뺀 수치로 계산할 수 있다.
서울의 경우 급여실적은 9조 4294억원에 불과한 반면 심사실적은 12조 7099억원에 달했다. 서울 시민은 낸 진료비 보다 더 많은 진료 혜택을 누렸다는 소리다. 유입률로 따지면 34.8%의 금액(3조 2805억원)이 타 시도에서 들어온 셈.
대구도 2조 3845억원의 급여실적을 기록했지만 심사실적은 2조 8395억원에 달했다. 대구 시민 역시 낸 진료비 보다 더 많은 진료 혜택을 누렸다.
대전과 광주, 부산도 각각 2568억원, 2592억원, 2762억원의 유입을 기록했다.
반면 5개 시도를 제외한 나머지 11개 시도는 순유출을 기록했다.
가장 큰 유출을 기록한 지역은 경북. 경북 주민은 2조 9817억원의 진료비를 냈지만 요양기관이 얻은 진료비 수입은 2조 1956억원에 불과했다.
충남이 그 뒤를 이었다. 충남 주민은 2조 2616억원의 진료비를 냈지만 요양기관의 수입은 1조 7358억원에 그쳤다.
서울, 대구 등 진료비 유입률이 높은 곳의 액수만큼 타 시도가 손해를 보고 있다는 소리다.
흥미로운 점은 진료비 유입률이 높은 5개 지역이 지역의사 밀도 순위와 대체로 상응한다는 점.
28일 의협이 발표한 2014년 회원실태조사보고서를 보면 회원의 대부분(94.5%)이 도시지역에 분포하고 있으며, 서울을 비롯한 6대 광역시 등 대도시에서 활동하고 있는 회원이 전체 회원의 58.8%인 것으로 조사됐다.
지역별 활동의사 수 분포는 서울 32.8%, 부산 7.7%, 대구 5.8%, 인천 4.0%, 광주 3.4%, 대전 3.4%를 기록했다.
인천을 제외하고는 건강보험진료비 유입을 기록한 5개 시도인 서울, 대구, 대전, 광주, 부산과 지역별 활동의사 수 분포가 일치한 셈.
의사 1인당 인구수 기준 상위 5개 시도는 건강보험진료비 유입 상위 5개 시도와 정확히 일치한다. 의사들이 밀집한 지역일 수록 진료비를 더 많이 번다는 뜻이다.
의협 관계자는 "닭이 먼저냐, 알이 먼저냐처럼 수도권에 의사들이 모여들었기 때문에 수익이 나는 건지, 아니면 수익이 나기 때문에 의사들이 모여들었는지는 분명치 않다"며 "다만 의사인력의 대도시 집중현상과 수익은 상관 관계를 이루고 있음을 추론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가장 큰 문제는 시도별 유입과 유출의 편차가 크다는 점이다"며 "요양기관별 수익 편차도 큰 문제이지만 지역별로 의사들이 수익에 편차가 있다는 것은 시급히 바로 잡아야 할 문제"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