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S 관련 역학조사가 제대로 시행되지 않은 배경에는 전문가 의견이 무시되고 국가정책 우선순위에서 밀리기 때문이다."
서울의대 서정욱 교수(병리학과)는 최근 자신의 홈페이지에 'MERS에 대한 생각'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최근 메르스 확산 사태의 원인을 짚었다.
그는 먼저 질병관리본부의 대응이 안이했으며 초기에 좀더 적극적으로 대응했어야 했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공감을 드러냈다.
그는 이어 "예방의학 전공자들은 좀더 적극적으로 방역사업을 해야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전문가 의견이 무시당하고 국가정책 우선 순위에서 밀리다보니 (역학조사가) 실행되지 않은 것"이라며 "(예장의학, 역학)해당 분야 전공하는 의사를 비난하기 보다는 그들에게 힘을 실어줘야한다"고 말했다.
또한 서 교수는 "처음부터 더 많은 사람에 대해 바이러스 스크리닝을 했다면 상황이 달라졌을 것"이라며 "그렇게 하지 않은 이유는 진단시약이 부족했기 때문일 것"이라고 봤다.
지금이라도 자원과 인력을 아끼지 말고 광범위한 검사를 실시해 검역망을 빠져나가는 환자, 즉 진단되지 않는 환자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SNS의 태도에 대해서도 한마디했다.
그는 "세월호 사건이나 이번 사태의 해당 업무 종사자는 죽을 맛"이라며 "열심히 일할 여건을 마련해 주지 않고 비아냥과 자존심을 짓밟는 질책이 전부"라며 "해양 전문가나 의사의 의견이 무시되고 말만 앞세우는 비전문가가 판을 치는 세상이 안타깝다"고 했다.
그는 이어 "의사가 전문가 대접을 받지 못하고 신뢰를 얻지 못하는 것에 대해 반성해야 한다"면서도 "국민과 정부도 의료인의 진실된 의견을 받아들여야 한다. 적어도 비아냥거리는 것은 말아야한다"고 당부했다.
이와 함께 메르스 환자를 진료한 의사에게 주홍글씨가 새겨지는 분위기에 대해서도 꼬집었다.
초등학교 교사가 가족 중 메르스 환자가 입원한 병원에 근무하는 사람이 있는지의 여부를 보고하라고 한 사례를 두고 "의사의 말보다 유언비어에 우왕좌왕하는 모습이 안타깝다"고 했다.
그는 "많은 사람이 모이는 행사를 취소하고 외출을 자제하는 것은 옳지만, 야단법석 떨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메르스를 퇴치해도 내년 이맘때 또 다시 나올 가능성이 높고 비슷한 병이 나올 수도 있다"며 "지금이라도 보건에 대한 투자를 늘려야한다. 소를 잃었어도 외양간은 고쳐야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