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질 모니터링과 이를 연계한 인센티브 방안에 인상적이다. 이는 다른 선진국보다 발전된 것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지난 7일부터 12일까지 WHO 전문가 및 13개국 보건의료 및 건강보험 정책전문가를 초청해 더팔래스호텔에서 개최한 '건강보험국제연수과정(HIRA Training Course on Social Health Insurance 2015).
심평원이 마련한 이번 연수과정은 보편적 의료보장(UHC)제도에 대한 국내 전문가를 초청해 각국 보건·의료 및 건강보험 운영 경험에 대한 토론 및 연수자 상호간의 정책적 시사점을 공유하는 자리다.
연수과정에 참여한 각 국 전문가들은 한국의 건강보험 운영과 심사·평가 업무의 발전과정에 대한 설명을 듣자 "dramatic(드라마틱)하다"라고 표한하며, 시종일관 'wonderful'이라며 단어를 연발했다.
이는 선진국, 후진국 전문가 너나할 것 없이 같은 모습.
특히 미국과 방글라데시에서 참석한 전문가는 당장이라도 한국의 건강보험 제도와 심사·평가 업무시스템을 자신들의 건강보험 제도에 접목시키고 싶다는 의사를 보이기까지 했다.
메디칼타임즈는 11일 연수과정에 참여한 다니옐라 파블릭(Danijela Pavlic-stuge) 미국 샌프란시스코 간호대학 교수와 방글라데시 BRAC 모함마드 투히둘(Mahammed Touhidul) 보건 분야 파트장을 만나 한국 건강보험 제도의 장점과 심사·평가 시스템에 대해 들어봤다.
BARC는 방글라데시에 본사를 두고 10만명 이상이 근무하는 세계 최대 비영리개발기구로 전 세계 14개국은 사무소가 있으며, 방글라데시에는 65개의 지역사무소가 운영되고 있다.
"심사·평가 과정…의약품처방조제지원시스템(DUR) 인상적"
방글라데시는 건강보험을 도입하는 단계로 현재 정책을 수립하고 직장인을 대상으로 시행을 앞두고 있다.
모함마드 파트장은 이번 연수과정을 통해 방글라데시 건강보험 시행에 앞서 한국의 심사·청구 시스템과 의료 질 모니터링 방안을 배우게 됐다.
"적정성평가로 대변되는 의료 질에 대한 모니터링 방법이 인상 깊었다. 모니터링과 연계해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은 전체적인 질을 향상시키는 부분에서 좋은 활동이며, 청구를 통한 심사 속도가 상당히 빠르며 이를 통해 전반적인 요양기관이 신뢰도도 높일 수 있다."
모함마드 파트장과 마찬가지로 다니옐라 교수 또한 한국의 심사·평가 시스템의 우수성을 인정했다.
현재 미국은 '오바마 케어'(Obama care)로 불리며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현재 주도하고 있는 미국의 의료보험 시스템 개혁 법안 '환자보호 및 부담적정보험법(PPACA : Patient Protection and Affordable Care Act)'가 지난 2014년부터 시행됐다.
이는 민영보험에만 의존하는 기존 의료보험 시스템을 바꾸고, 전 국민의 건강보험 가입 의무화를 골자로 하고 있다.
"미국은 보건·의료 관련 데이터는 많지만 이에 대한 분석시스템이 부족하다. 이에 반해 한국은 보건·의료 분석시스템이 뛰어난 데다 청구에 따른 전산심사로 80% 이상이 즉시 심사되고 나머지는 의료 전문가들이 심사를 하는 구조가 인상 깊었다."
특히 다니옐라 교수는 심평원의 DUR 시스템을 미국 보건·의료 시스템에 접목시키고 싶다는 의사를 보였다.
"미국은 약 처방에 따른 모니터링 시스템이 없어 환자의 처방이력을 한 번에 볼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예를 들어 미국의 의사들마다 심장병 환자에게 처방하는 약이 다르다. DUR 시스템을 도입한다면 약제비 절감과 함께 환자 안전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DUR 의사 처방권 침해…과잉통제 우려"
DUR 시스템의 도입과 관련해 양국 전문가들은 상반된 입장을 띄었다.
다니옐라 교수는 환자 처방 가이드라인 등 근거 중심에 따라 시행된 만큼 문제가 없다는 의견이다.
"한국의 DUR 시스템은 근거 중심에 따라 의사들이 포함된 전문가 논의를 통해 결정하는 것으로 안다. 결국 DUR은 환자나 의사 모두를 보호하는 시스템으로써 목표는 환자를 보호자하는 것이다. 이는 곧 의사의 선택권을 넓혀주는 것이다."
반면 모함마드 파트장은 DUR 시스템의 해외 도입을 위해서는 요양기관의 만족도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한국은 문화적인 면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의사들이 규정을 잘 따르는 것 같다. 하지만 유럽 여러 나라를 포함한 다른 나라들은 그렇지 않으므로 요양기관의 만족도를 계속 체크하는 것이 중요하다. 만약 수가가 저수가라면 의과대학 자체를 지망하지 않을 수 있다. 과잉 통제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
"한국 UHC 확산 기여? 충분히 가능"
심평원은 지난 2013년 보건복지부, 국민건강보험공단, 세계보건기구 서태평양지역 사무처, 아시아·태평양 경제사회이사회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한국의 전 국민 건강보험 단기간 내 실현 경험을 지속적으로 공유하고 있다.
모함마드 파트장은 이 같은 활동을 긍정적으로 판단하고, 해당국들의 건강보험 실현 가능성을 고려한 지식 공유가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UHC는 최근 전 세계적 이슈로 부상했다. 문제는 UHC를 모든 나라가 달성하고 싶다고 하지만 이를 실행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한 국가들이 많다."
특히 모함마드 파트장은 방글라데시처럼 후진국들이 UHC를 달성할 수 있는 재정지원 방안 논의가 먼저라고 지적한다.
"후진국들의 건강보험 실현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 인프라도 중요하지만 각 국가의 목표가 실현가능한지 고려한 뒤 재정지원 조달 방안을 논의하는 게 더 중요하다."
반면, 선진국인 미국의 경우 다니옐라 교수는 UHC 달성을 세부프로그램 전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UHC 달성을 위한 각 나라들은 서로 다른 이슈를 논의하고 있다. 어떤 나라들은 심사·평가 시스템의 전수를 원하는 반면 다른 나라는 모니터링 시스템 전수를 필요로 하는 나라도 있다. 초청국에 맞는 세부프로그램을 도입했으면 좋을 것 같다. 미국의 예를 들자면 DUR 시스템 도입을 위해 집중적으로 전수해줄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